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최악의 상태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실제 지식경제부는 올해 수출 전망을 수정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당초 전망치보다 수출 및 무역수지 목표를 낮추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하반기 '리스크 경영'이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비상경영체제 돌입과 함께 향후 시장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에도 고심 중이다.
6일 지식경제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1~5월 수출액은 2282억1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EU·중국·미국 등 3대 시장에서 각각 10% 이상 급감해 이들 지역 수출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더욱 조바심을 내고 있다.
특히 브라질, 인도 등 이머징마켓 관련 무역량 감소세도 뚜렷한 상황이어서 국내 수출업체들 공히 "이대로 가면 최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오는 25일부터 사흘에 걸쳐 열리는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최근 유럽발 위기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 중이다. 이 회의의 주제는 '위기대응'이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사장, 최지성 부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를 비롯해 해외 법인장 모두가 참석할 예정이다.
장기불황이 이어지는 유럽 경제, 성장세 둔화로 고민하는 중국 시장, 여전히 소비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미국 내수상황 등에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오히려 유럽발 위기에 대해 공세적 자세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현지 유럽 완성차업체 상당수가 구조조정에 나섬에 따라 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다만 유럽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매일 시장 상황을 모니터하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분기 유럽지역에서 매출 성장은 다소 어렵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성장률이 좋은 이머징마켓에서 매출 성장을 이뤄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리스크는 충분히 예상돼 왔던 만큼 지난해부터 꾸준히 대비해온 점을 강조하며 위기대응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선전해왔던 전자업계가 이처럼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석유화학의 경우 국내 일부 공장은 감산에 돌입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는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10% 이상 감소하고, 수출 평균단가도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감소했다"며 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원가부담이 크게 줄어 6월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점차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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