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유럽발 악재 풀리나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국제사회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소식에 유럽발 금융위기를 진정시킬 계기가 됐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이달 중순 진행되는 그리스의 재총선을 앞두고 스페인의 은행권 위기가 일단 봉합되면서 유로존 리스크는 다소 완화되는 분위기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금융 시스템을 재편하는 스페인의 조치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유럽 파트너 국가들의 행동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조치는 스페인 경제의 건전성 회복뿐만 아니라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회복을 위한 핵심인 금융 통합에 이르는 구체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다른 유로그룹의 동료들처럼 나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한 스페인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도 "은행부문에 한정된 스페인 구제금융은 훌륭한 합의이며 매우 강력한 연대의 신호"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스페인 은행에 대한 지원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이는 유로존이 통화동맹을 강화하고 더 큰 금융·재정동맹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으면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4번째다. 유로존 재무장관은 1000억 유로(약 146조원)의 구제금융 자금을 스페인의 은행부문에 제한적으로 투입하며 최종적인 상환은 스페인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인의 공식적인 요청은 이달 21일 전에 이뤄지며 룩셈브루크에서 열리는 다음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자금규모 등 구제적인 지원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스페인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은 유로안정화기구(ESM)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가운데 하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며 이 가운데 운용방식에서 좀 더 신축성이 있는 ESM을 통하는 방법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스페인 은행에 적어도 400억 유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시장에서는 600억에서 8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1000억 유로는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 부족하며 최소 2000억 유로(약 29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 구제금융이 신속하게 진행된 이유로 오는 17일에 실시하는 그리스의 재총선 결과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총선 결과로 인해 정치적 혼란과 스페인 은행위기가 맞물리면 유로존 금융시장이 더욱 혼돈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EU가 스페인에 제한적 구제금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신청을 유도했다.

IMF도 그리스의 2차 총선을 앞두고 스페인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스페인이 은행의 부실화로 약해진 신뢰를 복구하기 위해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며 "구제금융 결정을 연기하면 금융시장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페인은 이번 구제금융이 은행권 위기를 해결하고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이번 구제금융을 통해 "IMF 및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제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것"이고 "시장에서 대출비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