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의사협회와 포괄수가제 적용을 받는 개원 의사들이 포괄수가제 시행 반대와 함께 한시적인 수술 거부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수술 거부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밝히고 있지만 의료계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의사들 “백내장·편도 수술 거부”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안과에 이어 외과와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백내장, 편도 수술 등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외과·산부인과·안과·이비인후과 개원가 의사단체 회장과 긴급 회동을 갖고 포괄수가제 대상이 되는 해당 질환의 수술을 거부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포괄수가제는 전국 병원 어디서나 사전에 책정된 동일 진료비를 내도록 하는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다.
다음달 부터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병·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는 전국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도 시행해야 한다.
의사협회는 동일 진료비 책정은 환자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제한한다며 제도 보완 후 1년 뒤에 시행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대한안과의사회는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 다음달 1일부터 일주일 간 백내장 수술을 거부했다.
안과의사회는 대국민호소문에서 “포괄수가제로는 수술의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에게 도움되는 고급 재료나 기구를 마음껏 사용할 수 없다”며 “제도 보완 없이 그대로 시행할 경우 국민 폐해가 너무 커 수술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외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수술 거부에 동참키로 했다.
의사협회는 이번주 각 의사회에서 이사회를 열어 수술 거부를 결의한 뒤 오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수술에 한해 거부하는 것”이라며 “맹장수술이나 제왕절개 등 응급수술은 계속 시행한다”고 전했다.
◆ 복지부, 형사처벌·면허취소 고려
정부는 의료계의 포괄수가제 거부를 이해할 수 없으며 강력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가 불필요하고 과다한 진료 행위를 줄여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낮추는 제도로 의료계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포괄수가제가 모든 병·의원에 적용되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이 평균 21% 줄어들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괄수가제는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고 이미 다수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며 “기존 의사협회 집행부에서 찬성했던 제도를 시행을 앞두고 갑작스레 반대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지난 1997년 시범도입된 후 2002년부터 선택 적용되고 있는데 현재 전국 3282개 의료기관 중 71.5%인 2347개 기관이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실제 집단 수술 거부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사협회의 부당 행위는 의약분업 때처럼 독점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하고 “진료 거부를 하는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형사고발과 면허정지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수술 거부는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범죄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수술 거부는 의료법 위반으로 명백한 범죄 행위”라며 정부에 의사면허 취소 등을 포함한 엄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 내부 조정을 통해 결정한 사항을 부정하는 비상식적이고 이기주의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수술 거부가 강행될 경우 현지 실사와 환자고발센터 설치 등을 통해 감시하고 해당 의료기관을 고발 조치할 뜻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