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찬밥신세로 면치 못하던 중대형 아파트들이 신규 분양시장에서 살아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은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면 향후 투자가치가 있다"며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자가 다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 주목된다"고 말했다.
◆“중대형이면 뭐 어때? 분양가만 싸다면…”
최근 청약을 받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인천 구월지구 내 분양 물량은 모두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다.
주택업계와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일반분양한 강남 보금자리내 '래미안 강남 힐즈'는 전 주택형이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일반분양 960가구에 3432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58대1을 기록한 것이다. 101㎡B의 경우 수도권에서만 9.28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분양 물량이 모두 전용면적 85㎡ 국민주택규모 크기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라는 점이다. 최근의 서울·수도권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1순위 마감된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비결은 ‘저렴한 분양가’에 있었다. 삼성물산이 직접 시행·시공한 데다 강남권이라는 입지 여건도 청약률을 높인 이유지만, 무엇보다 낮은 분양가가 청약률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래미안 강남 힐즈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025만원. 1층의 경우 분양가가 1800만원대다. 인근 일원동 아파트의 시세가 3.3㎡당 25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푸르지오'도 535가구 모집에 순위 내에서 1585명이 몰려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송도에는 아직 미분양 물량이 많이 남아 있지만, 이 아파트는 가장 큰 전용면적 215㎡까지 모집 가구수를 채웠다. 분양가는 기존의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3.3㎡당 100만~120만원 가량 쌌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5년 전 바로 옆에서 나온 아파트보다도 오히려 3.3㎡당 100만원 정도 싸게 나와 분양 전부터 관심을 끈 단지"라고 말했다.
인천 최초의 보금자리주택인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아파트도 2.28대 1로 조기에 청약 마감됐다. 이유는 2010년 말 사전예약 때의 분양가(3.3㎡당 850만~860만원)보다 60만~70만원 낮춘 가격(790만원) 때문이다.
◆“분양가 인하 경쟁 불붙었다”
서울·수도권에서 저렴한 분양가가 청약률을 높이는 공식이 되면서 최근 분양시장에 뛰어드는 단지들도 가격 낮추기 경쟁에 들어갔다.
다음달 초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동시분양될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동탄1신도시 기존 아파트(3.3㎡당 평균 1200만원)보다 싼 3.3㎡당 1050만~1100만원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진흥기업이 짓는 주택조합 '김포한강로 더루벤스'는 3.3㎡당 분양가가 770만원대다. 인근 시세보다 3.3㎡당 200만원 이상 저렴한 편이다.
같은 김포에 나오는 '한강신도시 롯데캐슬'도 분양가를 3.3㎡당 평균 970만원대로 결정했다. 전용 84㎡의 경우 2억원대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특히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에서 3.3㎡당 평균 분양가가 900만원대에 정해진 것은 처음이어서 청약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서울·수도권 신규 단지의 분양가격이 낮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면서도 "주택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주변 집값이 신규 분양 기대감으로 상승하기보다는 물량 폭탄으로 가격이 더 떨어뜨리는 등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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