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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브리티시오픈 때 이안 우즈넘이 초과된 클럽을 빼 던지고 있다. 왼쪽은 존 파라모 유러피언투어 경기위원장.[브리티시오픈 홈페이지 캡처]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프는 에티켓이 존중되는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규칙 1장도 ‘에티켓; 코스에서의 행동’으로 돼있다. 드넓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플레이어 스스로가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해야 한다. 또 골프에서 플레이어와 캐디는 ‘동체’(同體)이므로 캐디가 정직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간다.
유러피언투어에서 부정직한 캐디 탓에 실격당한 선수가 나왔다. 21일(현지시각) 독일 풀하임의 구트 라센호프GC(파72)에서 열린 투어 ‘BMW 인터내셔널오픈’(총상금 200만파운드) 1라운드 때의 일이다.
호세 마누엘 라라(스페인)는 다미엔 맥그레인, 피터 헤드볼룸과 함께 동반플레이를 했다. 그런데 2번홀에서 라라의 캐디 마티아스 빈손(아르헨티나)이 골프백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동반 플레이어들은 처음에 라라가 볼 일을 보러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볼 일 보러 가는데 왜 골프백을 들고 갈까?’ 동반 플레이어들은 숲속의 캐디한테 다가가 물었고 캐디는 그때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대로 얘기했다. “클럽이 15개여서 하나를 버리려고 숲속으로 갔다”는 것이 요지였다. 규칙상 한 라운드에 갖고나갈 수 있는 클럽은 최대 14개다.
동반 플레이어들은 경기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존 파라모 투어 경기위원장은 “캐디의 잘못은 선수에게 돌아간다. 캐디가 부정직한 행동으로 중대한 에티켓 위반을 했으므로 스트로크 페널티 차원을 넘어 실격(규칙 33-7)을 부과한다. 캐디는 당분간 대회에 나설 수 없다.”고 판정했다.
클럽이 한도를 초과한 사실을 발견할 경우 그 즉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한 라운드에 최대 4벌타만 받으면 된다. 라라의 경우 2번홀 도중에 발견했으므로 역시 4벌타(1번홀 2벌타, 2번홀 2벌타)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캐디는 그 4벌타를 모면하려고 했던 것일까?
이날 캐디와 선수는 티오프 시각 한 시간 전에야 골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차분히 클럽 숫자를 세어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라라는 이날 3언더파 69타를 쳤으나 4벌타가 가산되면서 스코어는 1오버파 73타로 수정됐으나 실격당했다.
2001년 로열 리덤 & 세인트 앤스GC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에서 이안 우즈넘은 2번홀 티샷 전에 클럽이 15개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2벌타를 받은 적이 있다. 캐디가 잘 못알고 여분의 우드를 백속에 넣고 나온 것. 우즈넘은 그 벌타 때문에 생애 첫 브리티시오픈 타이틀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앗겼다.
‘베테랑’인 강욱순과 짐 퓨릭도 클럽 15개를 들고나가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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