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그리스 꼴로…" 투자자, 자금 잃을까 '노심초사'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스페인의 공식적인 구제금융 요청이 오히려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번 구제금융을 시작으로 스페인이 자칫 그리스 꼴로 전락, 그리스의 민간채권단처럼 자금 회수를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스페인 정부는 유럽연합(EU)에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스페인 불신이 커지며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25bp올라 6.63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요청으로 인해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기는 커녕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리차드 포드 투자매니저는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며 “스페인 정부의 대처에 대해 시장은 이미 판단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 신청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스페인에게 그만큼 제공될지는 비관적이다. 특히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민간채권단의 희생이 강요될 수 있다. FT는 개인투자자들이 이 점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SM의 변제순위가 민간채권단 보다 먼저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시 민간채권단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9일 스페인이 유로존에 처음 구제기금을 요청했을 때도 이런 이유 때문에 국채수익률이 치솟았다.

최악의 경우 민간채권단은 회수될 자금을 스스로 깎아야 하는 고통을 안을 수 있다.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그리스의 경우 민간채권단이 원금의 75%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는 투자자들의 혹독한 본보기가 됐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이 ESM을 통해 진행된다면 민간채권단은 스페인에게서 투자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고 FT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이번 구제금융이 스페인의 은행권을 막기 위한 제한적인 구제금융이지만 결국 국가 자체의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투자자들은 은행권의 구제기금이 정부의 부채로 전가되고 이미 경기침체로 들어선 스페인 경제는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스페인은 그리스 구제금융 사태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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