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라 제기되고, 이에 따라 국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됐던 이른바 ‘리스크 경영’이 내수기업을 비롯한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 삼성전자 ‘시나리오 경영’…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업전반 다시 검토하라”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유로존 위기에 따른 맞춤형 경영전략을 통해 위기극복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삼성의 ‘리스크 경영’과 관련, “삼성전자도 다른 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환율, 유가 등 몇 가지 주요 지표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시나리오 경영을 하게 되어 있다”며 “주요 지표들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에 맞는 컨틴젼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시나리오 경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전자에게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인데, 유럽에서 환율 등 주요 지표가 요동을 치니, 그에 맞는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룹 별로 상황이 다르기에 일괄 지침을 준 것은 없으나 ‘항상 긴장모드를 유지하라’는 그룹차원의 지침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유럽 출장 이후 강도높은 경영 혁신을 주문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반영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전날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시장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 사업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질책을 하고 나섰다.
구 회장은 “지난 한달 동안 각사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에 대해 논의했는데 시장선도 기업이 되기 위한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방안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내부 전반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 신규 사업 접고 허리끈 동여맨 유통업계
유통부문을 비롯한 국내 대표적 내수기업들 역시 최근 신규 투자를 줄이고, 기존의 사업들을 다잡으며 위축경영을 계획중이거나 시행하고 있다.
특히 내수 부진에 따른 유동성 공급과 현금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대규모 투자에 신중한 모습이다.
신세계그룹은 전자랜드 인수를 포기하며 가전 양판 매장 진출을 접었다. 그룹 측은 가두점 형태의 가전 양판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인수 포기 이유를 밝혔다.
신세계 그룹은 대신 드럭스토어를 비롯해 투자비용 비교적 저렴한 프리미엄 식품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의정부점을 오픈하면서 드럭스토어인 ‘분스’의 첫 선을 보인데 이어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에 첫 로드샵을 오픈했다. 이와 함께 서울과 부산에서는 백화점식 프리미엄 식품관을 준비 중이다.
또 이마트 PL 브랜드인 ‘자연주의’를 ‘자주’라는 브랜드로 변경,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내로 로드샵 진출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갈 것을 직접 주문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지금은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던 신동빈 회장은 최근 과감한 배팅을 자제하고 있다.
롯데는 기존 사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기존 롯데백화점, 롯데미도파, 롯데스퀘어 등 3개 법인으로 나뉘어 있던 백화점 사업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스퀘어 합병은 이미 지난달 말 이사회를 통과했다.
또 최근에는 그동안 수익성이 떨어져 골머리를 앓던 롯데마트 금천점을 창고형 회원제할인점 빅마켓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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