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나 기자= 올 들어 파생상품 규제책이 쏟아지며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세 부과 등과 같은 추가적 규제책이 대기하고 있어 파생상품 시장의 '사막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파생상품 일평균 거래량은 54조6358억원으로 지난해 66조2987억원보다 무려 17.6%(11조6629억원)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 11조6629억원에 달하며 지난 2010년에 비해서도 1조7843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은 정부가 올 들어 잇따라 내놓은 각종 파생상품 규제책에 따른 여파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3월12일부터 시행된 주식워런트증권(ELW) 유동성공급자(LP) 호가 제출 제한 규제다.
ELW는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증권으로 성격은 파생상품이지만 일반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거래할 수 있다. ELW는 적은 금액을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투기적인 수요가 많은 편이다. 정부는 LP들이 시장 호가 스프레드 비율 15%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호가를 제출할 수 있고,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는 8~15% 수준에서 제출하도록 하는 규제책을 내놓았다.
이 규제 이후 ELW 거래량은 급감했다. 규제 시작 전일 5228억원이었던 ELW 거래량은 지난 9일(오후 2시40분 기준) 905억원으로 떨어져 규제 전의 5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ELW 거래 위축은 단순히 ELW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전체 파생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ELS와 정반대 헤지 구조를 가지고 있는 ELW는 서로 상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하지만 ELW 시장이 위축되며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이 희생되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의 균형이 일정 부분 깨졌고, 증권사의 선물·옵션 거래 역시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ELW 시장뿐 아니라 옵션 시장 역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ELW 규제에 이어 옵션 승수 인상이라는 옵션시장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지난달 15일부터 코스피200 옵션 승수를 기존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현물에 비교하면 이전에는 주식을 한 주씩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최소 5주씩 사야 되는 것으로, 옵션 투자를 하려면 이전보다 5배의 금액이 더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별 투기적 요인을 줄이고자 했던 기존 취지와 다르게 옵션 승수 인상 후 투자 주체별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옵션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전체 옵션 승수가 10만원이던 3월 동시 만기 이전, 일부 종목의 옵션 승수 50만원이던 3월 동시 만기~6월 동시 만기, 전체 옵션 승수가 50만원이던 6월 동시 만기 이후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은 각각 27.96%, 27.77%, 27.52%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옵션거래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승수 변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변동성이 떨어지는 장세의 영향이 크다"며 "옵션 승수 인상과 관련해 앞으로 흐름을 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승수 인상으로 옵션 거래량에 큰 변화는 적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9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역시 파생상품 거래 위축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전 연구원은 "업계에선 옵션 승수 인상에 따른 거래량 위축에 대한 우려보다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따른 거래량 위축 파급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거래세의 세율이 어느 정도 규모로 측정되느냐에 따라 파급규모는 다르겠지만 외국인과 개인들의 투자 위축을 불려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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