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경기 침체에도 부동산 업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꼭 나오는 얘기가 있다. ‘살 사람은 산다’는 것이다. 아무리 집값이 하락한다고 해도 실수요자들은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럴 때일수록 주택 구입시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되는 것이 가격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분양가가 싼 신규 아파트가 청약에서 선전하듯 불황기에 가격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며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를 구입해야 향후 가격 하락 리스크를 줄이고 가계 대출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경매 통하면 싼값에 내집 마련 가능"
그렇다면 가격이 싼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입지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상품으로는 경매 물건만한 것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설춘환 알앤아이컨설팅 대표는 “급매물을 살 수도 있고, 수도권 외곽의 저렴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도 있지만 금액 면에서 경매가 단연 매력적인 상품”이라며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이 저조한 요즘이 오히려 경매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7~8월 경매가 예정된 서울·수도권 소재 아파트 중에는 감정가보다 절반 가량 싼 매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내달 7일 경매에 부쳐지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 현대아파트(전용 84㎡)의 경우 1억7408만원에 최저 입찰가가 책정됐다. 3회 유찰돼 감정가(3억4000만원)의 51%까지 떨어진 때문이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2억8000만원 선이다.
같은달 14일에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동일하이빌(전용 115㎡) 경매가 진행된다. 최저가는 감정가(7억3000만원)의 51%인 3억7376만원이다.
신정동 H공인 관계자는 “동일하이빌 전용 115㎡의 경우 현재 최저 6억원대 초반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며 “해당 물건에 우선변제권이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없다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의할 점도 많아
하지만 입찰에 앞서 따져봐야 할 점도 많다.
우선 경매 물건에 대한 꼼꼼한 권리분석이 필요하다. 이 때는 전문가 도움을 받는 게 좋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권리분석 중 애매한 부분은 반드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권리관계를 명백하게 파악한 뒤 경매에 참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장 확인도 필수다. 서류와 실제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아서다.
자금 조달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 일반 매매와 달리 명도(집 비우기)비용·세입자 합의금·체납된 관리비 등 예상하지 못한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어서다.
구체적인 자금 계획 없이 응찰했다가 돈을 마련하지 못해 경매를 포기할 경우 입찰보증금(입찰가의 10%)을 돌려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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