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혈맥 자본시장 살리자> 자본시장법 개정 지금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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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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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준영 기자=금융투자업계가 이미 2012회계연도를 시작했는데도 사업계획은 사실상 확정적인 게 하나도 없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새 먹거리가 생길 것을 기대한 채 업계에서 유상증자로 마련한 3조6000억원이 2년째 법안 통과 표류로 잠만 자고 있다.

상위 5대사인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은 자본시장법 통과를 전제로 수천억원씩 증자를 마쳤지만 아직까지도 투자나 인력충원 계획조차 짤 수가 없는 상황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18, 19대 국회에 연속 상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헤지펀드를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통한 국내 투자은행(IB) 활성화와 자본시장 신뢰성ㆍ공정성 제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상장기업 직접금융 및 주주총회 내실화나 자산운용산업 규제체계 선진화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연내 법안통과조차 미지수

법안이 PBS 업무를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을 자본총계 3조원 이상으로 정하면서 5대 증권사가 잇따라 증자에 나섰던 것이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통과 가능성조차 미지수다.

장기 증시 침체로 경영난에 시름하는 증권가는 PBS를 통해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한국형헤지펀드 도입 이후에도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반면 이 공백을 PBS가 메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당장 헤지펀드를 내놔도 아직 업력이 낮아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머니무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반면 증권사나 운용사는 잇따라 헤지펀드 운용 허가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 경우 PBS 자격이 있는 증권사는 헤지펀드 운용관련 후방지원업무를 맡으면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실제 국내 PBS 수익성은 진입장벽이 낮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해외 프라임브로커 수익성을 보면 해외펀드 운용자산 대비 마진이 2011년 사상 최저인 1.7%선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내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과점적 지위를 가질 수 있어 관련 마진이 4%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정 취지인 ‘대형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프라임브로커리지 산업은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내부경쟁이 심화돼 영업환경이 악화되는 사이클에 놓였다"며 "이에 비해 국내는 외형 기준에 따른 진입장벽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통과 지연에 쌓이는 부작용

자본시장법 개정 지연으로 늘어나고 있는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당장 쉐도우보팅 남용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쉐도우보팅은 애초 원활한 주총 진행을 위해 1991년 도입됐으나 대주주 경영권 보호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20년 만에 쉐도우보팅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상장사 쉐도우보팅 신청건수는 올해 들어 사상 최대인 623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이 27곳에 달했다.

법안 표류는 앞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과 충돌 문제도 낳고 있다. 새 상법이 정관변경 없이 이익소각을 하거나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파생결합증권을 사채처럼 발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상장사는 상법에 우선하는 현행 자본시장법에서 이를 제한하고 있어 불가능하다. 이익소각이나 파생결합증권 발행은 주주 이익이나 기업 재무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으로 되레 상장사에 필요한 것이지만 법 개정 지연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연기금도 마찬가지다. 개정안에서 완화하기로 한 '10%룰'에 여전히 묶여 있어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다. 10%룰은 상장사 주식 10% 이상 보유시 지분변동 때마다 5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제도다. 연기금 입장에서는 10%룰에 따른 공시뿐 아니라 투자전략 노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10%룰 기한을 40일로 완화해 연기금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었다.

김감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안 좋을 때 증권업계 수익기반을 다양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늦춰질수록 소모적인 출혈경쟁에 따른 업계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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