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쇠락한 소도시에 최근 새로운 생기가 돌고 있다. 구 장항역사, 부두와 낡은 공장들, 천혜의 자연자원인 송림 등을 활용해 침체된 장항읍을 재생시키기 위해 마련된 선셋장항페스티벌 때문이다. 바로 부대행사였던 공장미술제 역시 그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지방 소도시에 20~30대 대학생 청년작가 130여명의 설치작품과 음악공연으로 모여든 수천명의 방문객은 진풍경을 연출했다.
인구 감소로 공동화된 노쇠한 도시에 대도시 젊은층을 문화소비자로 끌어오려는 장항읍의 시도는 참으로 신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사엔 미술전시 이외에도 서울 홍익대 주변에서 활약하는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음악제를 방불케 했다. 또한 전시가 열렸던 창고를 내년부터 미디어아트 센터로 활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최근엔 문화콘텐츠를 통해 침체된 지방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이미 쇠락했던 공업도시가 예술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선 성공사례는 많다. 우선 제2차 세계대전 때 폐허가 됐던 독일의 소도시 카셀의 현재 위상은 ‘미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카셀도큐멘타 개최도시로서 ‘실험적인 미술’의 상징도시가 됐다. 1980년대 실업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죽어가던 스페인 북부의 작은 도시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1000만명 이상의 누적 관광객과 3조원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일본의 나오시마 섬도 비슷한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나오시마는 과거 제조업으로 인한 산업폐기물과 공해로 주민들이 모두 떠났던 폐허 같은 섬이었다. 지금도 둘레 16㎞에 인구 3600명인 작은 섬에 불과하다. 그러나 섬 전체가 자연과 어우러진 거대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한 이후엔 한 해 관광객이 50만명이 넘고, 현 전체에서 1인당 평균 주민소득이 가장 높은 섬이 됐다. 이곳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 미술가인 이우환 화백의 개인미술관도 있다.
우리나라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쇠락해진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실천력은 아직 미흡하다. 심지어 똑같은 폐광도시였던 빌바오엔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해 새로운 생동감이 넘치지만, 우리나라의 정선엔 카지노가 들어서 탐욕의 꽃을 피웠다. 그나마 다행은 인근 소도시 영월은 10여개가 넘는 박물관을 집중 육성해 ‘박물관 고을’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방자치 시대를 맞은 최근 들어 제각각 도시 색깔에 맞춘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미술문화행사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울산광역시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문화와 생태 그리고 도시재생 개념이 어우러진 미술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공장 폐수로 인해 죽음의 강이었던 태화강을 오랜 노력 끝에 1급수 생명의 강으로 되살린 이후, 그 강변에 설치미술 행사를 마련해 시민이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지방자치가 보편화된 시대다. 자치제의 관건은 어떻게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는가가 되었다. 생색내기 일회성 이벤트나 소비적인 행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콘텐츠 계발이 중요하다. 지역적 정체성이 가미된 문화산업 지향이야말로 지자체의 비전과 경쟁력을 담보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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