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은행들은 집값 하락으로 가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대출 현황을 파악 중이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만나,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올라 상환이 불가피한 대출금을 신용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LTV는 주택의 담보가치(가격)를 토대로 대출 한도를 정하는 비율로, 서울과 수도권은 50%, 지방은 60%가 적용된다.
이는 지속되는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기준치를 웃돌면서 대출자들의 대출금 상환 압박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대출자들은 LTV 초과분만큼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현재 은행들의 평균 LTV는 48.5%로 안전한 수준이지만, LTV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이 지난 3월 기준 44조원에 달하면서 대출자들의 압박이 커졌다. 집값 하락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올해는 3개월 만에 한도 초과 대출이 2조6000억원 보태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일부 지역은 LTV가 치솟으면서 대출금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울 주변 신도시와 인천, 용인, 과천, 분당 등의 LTV가 급격히 올랐다”며 “이들 지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한도 초과 대출금을 회수해버리면 부동산 경기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환능력이 부족한 대출자들에게 무조건 대출금을 갚으라고 하면 은행의 건전성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며 “은행 차원에서도 공감대를 갖고 이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들어 5월까지 담보가치가 하락하거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원금을 일부 상환한 대출은 1만5000건, 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과 시중은행 실무진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 LTV 상승에 따른 대응책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일부 은행은 이와 별도로 LTV 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집값이 더 내리면 LTV 상승이 심각해질 수 있다”며 “수도권 일부 지역의 LTV 실태를 긴급히 파악 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도 초과분을 LTV로 전환하면 이자를 감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값 하락에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 LTV 문제를 본점 차원에서 관리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물의를 빚은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신용등급 문제가 다른 은행에도 있는지 일제히 점검해 차별 소지가 있는 대출관행을 철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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