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7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했다고 보도했다.
S&P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리스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예산 확보를 위한 조치가 연기됨에 따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추가 지원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그리스가 추가 구제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추가로 금융지원을 받으려면 재정지출을 약 5조 6000억원 규모 더 삭감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S&P는 “그리스 정부가 재정지출을 추가로 삭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IMF 지원의 전제조건인 적자 삭감 등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S&P는 그리스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10~11%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EU와 IMF 전망치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S&P는 GDP 축소에 따른 재정상황 악화로 볼 때, 올해 그리스가 70억 유로 규모의 추가 재정지원을 필요로 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반면 S&P는 “이같은 전망치는 EU와 IMF가 구제 금융을 위한 부채 삭감과 재정 목표치를 낮춘다면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S&P는 지난 5월 상향 조정한 투기등급 ‘CCC’는 그대로 유지했다.
◇추가 구제 금융 ‘안간힘’=앞서 IMF와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국외 채권단은 그리스가 구제 금융을 위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끝내고 5일 그리스를 떠났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 정부는 국내 은행들로부터 60억 유로 규모의 단기 자금을 조달키로 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그리스는 오는 20일 만기인 32억 유로 규모의 ECB 채권을 막아야 하는데, 이 채권에 대한 만기 연장을 IMF·EU·ECB 등 국외 채권단이 거부한데 따른 비상조치로 분석된다.
현재 그리스 연립정부는 추가 구제 금융을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인 재정지출 감축안 확정을 위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2013년도와 2014년도 예산에서 115억 유로를 줄이는 긴축 재정안을 국외 채권단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스 연립정부는 115억 유로 감축안 가운데 75억 유로에 대해선 합의를 이뤘지만, 연금 및 공공부분 임금 감축 등 40억 유로(약 5조 6000억원)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리스는 무자격 연금 수령자와 외국인 불법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지난 주말에는 아테네에서 일제 단속을 벌여 불법이민자 6000명을 억류했다. 이에 대해 재정 지출을 줄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 기강 잡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 가능성=S&P가 그리스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한 이날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융커 의장은 독일의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도 유로존에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로존 전체에 막대한 위험들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융커 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여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그간 수차례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로존 내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며 유로존은 언제나 함께 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융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리스 탈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 금융 제공 여부는 다음 달 EU·IMF·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에 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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