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외국인투자자들이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를 단행해 프로그램 순매수 규모가 1조7861억원을 기록,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서울증시에서 역대 세 번째로 많은 1조5000억원대 순매수를 보이며 달아오르는 증시에 기름을 부었다. 8월 옵션만기일을 맞은 코스피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입어 40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194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선물 순매수로 베이시스(현·선물 가격차)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대규모 차익매수세를 단행하는 선순환 구조로 장세를 이끌었다.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7.36포인트(1.96%) 오른 1940.59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 주체별로 개인은 1조4289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차익실현에 나섰으나 외국인이 1조5694억원어치 사들이며 개인들의 물량을 받아냈다. 이러한 외국인의 순매수는 지난해 7월 8일 1조7200억원과 2007년 10월 11일 1조6400억원을 기록한 이후 역대 세 번째다.
외국인의 현물 매수는 대부분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다. 프로그램 매매는 이날 1조7861억원의 순매수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는 각각 1조3783억원, 4078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 가운데 외국인은 동시호가에 차익거래로 4833억원, 비차익거래로 965억 순매수해 이날 하루 차익거래로 1조1248억원, 비차익거래로 5530억원이 유입됐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외국인이 쉬어오면서 매수 여력을 키워온 반면 국가와 지자체만 움직였다”며 “하지만 베이시스가 급등하며 외국인들이 매수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긍정적인 것은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의 매수가 차익거래만 들어온 것이 아니라 비차익거래 역시 들어왔다는 점”이라며 “차익거래만 들어왔다면 매물 부담이 있겠지만 비차익거래 역시 들어온 것은 외국인들이 그만큼 장세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매수 여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최근 이틀새 많이 매수한 외국인들의 매수세 증가 폭은 둔화될 것이나 국내 증시가 이미 한 단계 레벨업 했기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큰 이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장 중에 유입됐던 국가지자체 프로그램 4816억원 가운데 동시호가에 차익으로 2640억원, 비차익으로 1911억원 매도가 나왔지만 충분히 상쇄하고 이상없이 무난한 만기상황이 전개됐다”며 “외국인 차익거래는 지난 5월에 이탈했던 1조5000억원 중, 최근 이틀 동안 1조4287억원으로 거의 대부분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 안정에다 베이시스 고평가가 극대화(이론의 2배 수준)되자 해외에서 저금리로 조달해 환차익·금리차익을 노리고 유입된 것”이라며 “차익거래가 유리한 조건이 지속되는 한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지난 1월 20일과 유사한 상황으로 선물매도를 환매수하고, 프로그램 차익과 비차익으로 순매수 가담해 지수급등을 유발한 것으로 결국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외국인들이 돌아온 것이다.
공원배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틀새 워낙 많이 들어와서 추가적인 매수보다는 빠져나올 것에 대한 걱정이 크나 현 베이시스 수준에서 청산은 이르다"며 "다음 동시만기일이나 돼야 청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큰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장중 전해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은 코스피에 제한적인 영향을 줬으며 오히려 중국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코스피 상승폭을 키웠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 동결은 지난 7월 금리 인하 이후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대신 대내외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 둔화 영향으로 인해 하반기 중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종별로 대다수의 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비금속광물·운수장비·운수창고·보험·금융업·증권·철강·금속 등이 2%대 상승폭으로 강세를 나타냈으며 음식료품·건설업·기계·유통업·전기전자 등도 1%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상승종목이 우위인 가운데 현대차·신한지주·KB금융 등이 3%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기아차·POSCO·삼성생명·현대모비스·LG화학·현대중공업 등도 2%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외국인은 LG유플러스를 52만주 이상 사들였으며 우리금융·신한지주·대한생명·KB금융 등을 45만주 이상 담았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외국인이 7만4000주를 순매수해 1.52% 오르며 상승 마감했다.
김성욱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박스권 자체가 점차‘레벨 업’하며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특히 예상보다 더 큰 유로존의 정책적 조치나 큰 폭의 중국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더 큰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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