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융권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그동안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운용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던 즉시연금이나 물가연동국채는 더이상 비과세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됐지만 10년 이상 장기 저축성보험과 인프라 펀드 등 대안 상품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서민들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내놓은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과 장기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가치와 향후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장기펀드가 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 올해는 즉시연금, 내년 이후는 해외·인프라펀드
이번에 발표된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 이상에서 3000만원 이하로 하향 조정된 것이지만 과세 대상인 고액 자산가들은 무덤덤하다. 이미 도입이 예정된 정책이었던 만큼 충분한 대비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즉시연금과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비과세 혜택 폐지는 다소 충격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다만 정부가 비과세 혜택 폐지 시기를 내년 이후로 유예한 탓에 올 하반기에는 즉시연금과 물가연동국채 절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황재규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과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세제 혜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즉시연금에 대한 과세가 내년 가입분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그 전에 새로 가입하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이천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과장은 “세제 개편으로 물가연동국채 원금 상승분이 과세 대상에 포함됐지만 2015년 발행분부터 적용되며 기존에 투자자들이 매수한 물가연동국채에 대한 프리미엄은 더욱 늘어난 상황”이라며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물가연동국채 등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년 이후에는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저축성보험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만기가 10년인 즉시연금의 경우 만기 이전에 자금을 인출하거나 55세 이후 연금을 수령할 경우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비과세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없어졌다.
반면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 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보험금에서 납입보험료를 뺀 금액)은 여전히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장기간 여유자금을 묻어놓을 계획이라면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자금 운용 기간을 단축하고 싶다면 비과세 혜택이 유지되는 인프라펀드나 해외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신혜정 우리투자증권 강남프리미어블루 센터장은 “인프라펀드는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는 상품의 반대 급부로 투자자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맥쿼리인프라펀드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6% 수준에 달한다”며 “국가 간의 비과세 협약이 맺어져 있는 브라질펀드 등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재형저축은 안정성, 장기펀드는 수익성 주목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18년 만에 폐지되면서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서민가계와 목돈 마련이 시급한 젊은층 고객들은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장마저축을 대체할 상품으로 내놓은 것은 재형저축과 장기펀드다.
두 상품 모두 가입 대상이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총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로 동일하다. 차이점은 재형저축의 경우 만기 10년 이상 최장 15년 동안 이자소득에 과세를 하지 않는 데 반해 장기펀드는 같은 기간 동안 연간 납입액의 40%(240만원 한도)에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황재규 과장은 “재형저축은 정기예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고 장기펀드는 증시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변동한다”며 “재형저축은 이자가 동일한 가운데 저축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기 때문에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장기펀드는 소득공제 혜택이 제공되고 향후 증시 여건이 좋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관심을 받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형저축과 장기펀드는 고액 자산가 입장에서도 반가운 상품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부장은 “가입 자격 때문에 고액 자산가가 가입하기는 어렵지만 자녀들이라면 충분히 가입할 수 있다”며 “자산 분산과 상속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고액 자산가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 확정된 지출은 체크카드, 기타 지출은 신용카드로
매년 세제 개편안이 발표될 때마다 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소득공제 변동 사항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축소하고 현금영수증은 20%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체크카드를 포함한 직불형 카드의 소득공제율은 30%로 유지된다.
현행 기준으로 연소득 2400만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만 월 120만원씩 결제를 한다고 가정하면 25만원의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 공제액은 37만원으로 12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내년 이후에는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소득구간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가 결제수단으로 더욱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월 전체 지출액 중 식비나 교육비 등 일정하게 지출되는 금액은 체크카드로 결제하고 그 외에 일회성 지출이나 고액 지출을 할부로 결제할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본인의 소득 범위 내에서 현명한 지출 패턴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