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정치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면이 있다. 남보다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내고, 남보다 더 많은 대중에 이익이 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연구해야 하고,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과 국민을 대표해 리더가 될 수 있다.
지금 한국과 미국에서 양쪽에서 뜨겁다. 두 나라 다 대통령 뽑기 게임을 하느라 난리다. 한국에서는 4개월을 남겨둔 대통령 선거이며, 미국에서는 3개월 밖에 안남았다. 일단 한국에서는 아직도 여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은 지난주말로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까지 결정됨으로써 이제 본게임만 남았다. 오랫동안 정해진 대선 룰을 거의 그대로 지켜온 미국으로서는 너무 밋밋할 때도 있다. 한국도 민주주의 틀이 정립됐지만, 아직은 좀 정리가 덜 된 느낌이다. 그래서 더 재미가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공화당의 미트 롬니 대통령 후보가 지난주말 폴 라이언 하원의원(위스콘신)을 부통령 후보로 결정하는 데는 수개월이 걸렸다. 심사숙고 끝에 42살의 멋있는 젊은 부통령 후보를 결정했다. 이미 20대 후반에 하원의원에 당선되어 벌써 7선 의원(미국 연방하원의원 임기는 2년제)으로서 관록도 있다.
라이언에 대한 공개 정보는 너무 많다. 몇 살에 무엇을 했는지, 재산이 얼마인지, 부인과 아이들은 어떻게 두었는지, 그의 정치적 신념은 무엇인지, 그가 의사당에서 그동안 한 일은 무엇인지 등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말들을 많이 하는 미국 정치인들인지라 그가 어떤 말들을 또 어떤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는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정보를 놓고 그가 부통령 후보로 적합한지, 아닌지는 유권자들의 판단이다.
반면 한국의 대선 후보들은 잘 알려지기는 했지만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정보가 많지 않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는 한국 정치사에서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이지만, 그녀는 탁월한 리더십 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흠모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고정표를 바탕으로 당선권에 있는 사람이다. 그녀가 앞으로 5년간 한국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잘 모르겠다. 김문수 후보는 나름 합리적인 보수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마찬가지로 뭘 하려고 하는지 내용이 빠진 느낌이다.
야당의 문재인 후보는 잘잘못을 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을 재현하려는 것 같다. 새로움이 없다는 지적이다. 관중석에서 앉아 있다 일어나더니 갑자기 대선 다크호스로 떠오른 안철수씨는 광범위한 국민의 인기는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다. 뭘 하려는지 느낌은 오지만, 구체적인 정치현실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렵다.
올림픽에서는 무조건 빨라야 하지만, 그나마 정치 게임은 그렇지는 않아 다행이다. 늦어도 제대로 해야 할 때가 많다. 롬니가 수개월간 고민해 라이언을 부통령 후보로 결정했듯이, 한국 정치도 조금 늦더라도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국민들에게 주었으면 한다. 리더의 자질로서 본질은 뒤로 한 채, 언론의 도움을 기대하거나 과거 향수에 빠진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용하거나, 반사 이익 등을 기대할 요량이었다면 한국을 이끌어갈 자격은 없다고 인정하다. 미국에서 오바마-바이든 아니면 롬니-라이언 정부통령에 맞서 한미 정치 게임을 할 수 있는 한국 대통령을 뽑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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