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 안의 분위기는 ‘불안감’ 그 자체다.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불안이 이어지고 있고,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책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적 갈등에 따른 위기감과 사법부의 압박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 내부에서는 자체적 리스크 관리 및 대응 팀을 ‘풀가동’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재계의 상황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며 “살얼음 판을 걷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듯 한 상황”이라고 재계가 느끼는 위급함을 대변했다.
◆ ‘외부 리스크’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가중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고,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독도 문제 등으로 인한 한중일 관계가 냉전 기류를 보이자 산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반기 대(對) 유럽 수출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최근 한·중·일을 중심으로 이른바 ‘동북아 신(新)냉전 시대’의 도래로 인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 일본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에서 대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로 크지 않고, 소재·부품 산업의 수입 의존도도 23.0%로 과거에 비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대일 무역에서 나타나는 가시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일본 내에서 반한(反韓)감정이 격화될 경우 일본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는 TV 등 전자제품 분야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품목들이 국내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전자제품, 자동차, 선박 등에 쓰이는 주요 부품·소재인 점도 업계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중국의 경우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입장차와 중국의 탈북자 북송, 동북공정 등으로 대표되는 역사왜곡 갈등 등으로 리스크를 안고 있어 산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내부 리스크’ 경영 자율성까지 위협
법원이 지난 16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법정 구속 판결을 내리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현재 김 회장과 같은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 다른 재계의 총수들도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대(對)기업 압박에 사법부까지 가세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이 더 큰 모습이다.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압박을 넘어 재계를 향한 부정적 여론의 분위기가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오너경영의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에서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중심으로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 3호’를 내달 초 발의 할 예정이고 야당은 이미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9개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재계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일들을 계기로 ‘경제민주화’ 논쟁이 단순히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개별 기업의 경영 과정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경영 자율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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