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깡패 조합’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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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8-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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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최근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다. 서울의 모 재건축아파트 조합 임원들에게서 평생 듣도 보도 못한 폭언과 저주를 몇일간 전화와 문자로 받았다.

기자가 최근 쓴 재건축 단지 관련 기사 때문이었다. 해당 조합의 조합원들이 급증하는 분담금과 선이주 이자비용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내용이 골자다.

조합 임원들은 기사 속 한 조합원의 코멘트가 조합을 음해하는 내용이며, 기자가 어떤 소문이 돌고 있다고 쓴 것에 대해 ‘허위보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기사 속에는 조합 측의 입장 역시 충분히 언급돼 있었고, 또 그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큰 따옴표 안에 인용돼 있는 부분이었다.

기자가 "누가 봐도 기자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아니라 조합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 아니냐. 또 소문을 사실이라고 쓰면 문제겠지만 소문을 소문이라고 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론중제위에 제소를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도 해당 기사로 인해 조합 내부에 큰 파장이 일었다며 이를 어쩔꺼냐며 윽박질렀다.

조합장은 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찾아가서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기사를 내렸다. 잘못 쓰지도 않은 기사를 내려 억울했지만 당장 총회 투표를 앞둔 그들의 절박한 입장을 그래도 심적으로 이해해주려고 노력한 처사다.

이 해프닝은 이렇게 일단락이 됐지만 한동안 씁쓸한 기분을 맛봐야만 했다. 물질(?)에 얼마나 사람이 얽매일 수 있고, 또 예민해질 수 있는 지의 원론적인 문제부터 떠올랐다. 또 기자에게도 언어 폭력을 쓰며 무소불위를 누리는 조합 임원들이 그동안 어떻게 조합을 꾸려왔을지가 눈에 선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사실상 종신직이나 다름없던 재개발·재건축 조합 임원의 임기를 3년내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비상식적인 조합 임원을 견제할 수단이 생긴다는 것은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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