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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금융부 팀장 |
정부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무디스의 선물을 호재로만 볼 수 있을까. 우선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위기대응 의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장관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정부는 그동안 경제 회복을 위해 노력해왔던 성과가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자축하는 분위기다.
불과 한 달 전에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지금이 비상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질타할 때 느껴졌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조치를 ‘면죄부’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의 기관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일부 기관은 2%대를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향해 폭주하고 있으며, ‘성역’으로 여겨졌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까지 완화했지만 부동산 경기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그마나 안정적은 흐름을 보였던 물가까지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 영향 등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한국 경제에 우호적인 변수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단기적으로 봐도 무디스의 신용등급 조정이 한국 경제에 실익을 가져다줄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한국의 신인도가 높아지면 해외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채권시장과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돼 원화 강세가 초래되면 가뜩이나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 전선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감안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과 유럽 각국 등 이른바 경제 선진국들이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에 도취돼 현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분명히 비상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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