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육조(조성환)의 ‘인감도장’이란 노래말이다.
#‘푸어’ 열풍에 ‘푸어’ 라이프에 대한 A군의 시나리오는 취업을 앞둔 대학생 시절부터 출발한다. A군은 높은 스펙을 가진자들이 워낙 즐비하다 보니 자격증이 많아도 안정된 대기업에 취직하기 힘든 ‘스펙푸어’가 되었다. A군은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근로자가 되어 아무리 애를쓰고 열심히 일 해봤자 생활형편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워킹푸어’가 된다. 이때 A군은 집은 없어도 걱정이고 있어도 걱정이다. 집 없는 이들은 ‘렌트푸어’를 면할 길이 없고·집이 있어봤자 각종 공과금 및 세금에 ‘하우스 푸어’가 되기 때문이다. A군은 결혼을 해도 걱정에 빠진다. 자녀 교육비 지출에 등골이 휜‘에듀푸어’의 경우 적절한 노후대책 없이 늙다보면 어느새 ‘실버푸어’로 전락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푸어(poor)족들로 넘쳐난다. 과거 간간히 발생하던 문제가 이제는 ‘푸어시리즈’라는 이름아래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그야말로 ‘푸어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하우스푸어는 푸어 용어의 원조로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2010년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지면서 등장한 이 용어는 현재 대출로 집을 사거나 늘린 뒤 집값 하락 속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평범한 다수를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대됐다.
하우스푸어에 이어 등장한 신종 푸어가 바로 ‘렌트푸어’다. 집값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거 부담이 커진 전세자금 대출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이들에게도 해당된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금액은 2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3000억원이나 증가한 상태다. 이는 급등하는 전월세 비용을 감당키 위해 힘들게 번 소득의 상당수를 건물주에게 주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는 ‘에듀푸어’는 가계가 적자 상태이거나 부채가 있으면서도 평균 이상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계층을 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에듀푸어의 수는 약 82만4000가구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것으로 조사된 632만여 가구 중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에듀푸어는 40대 대졸 중산층이 대다수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해외유학 학원과외 등 사교육에 유난히 민감한 에듀푸어는 결국 우리 사회의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대한민국을 점차 부채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푸어 열풍에 뒤질새라 ‘자영업푸어’ ‘스펙푸어’ ‘베이비푸어’ ‘실버푸어’ ‘희망푸어’ 등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이런 새태를 반영하듯 각종 블로그나 카페에 ‘푸어’관련 모임들도 활성화 되고 있다. 다음카페 ‘4050쉼터’에 따르면 “자식세대 걱정과 당장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이 시대에서 비상상황으로 인지하고 서로의 연대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연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남기는 등 푸어족들의 각종 모임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