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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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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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에는 박태준이 없지 않는가”

1978년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어 중국의 최고지도자에 오른 덩샤오핑(鄧小平)이 일본의 기미츠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당시 신일철 회장에게 “중국에도 포항제철과 같은 제철소를 지어달라”고 요청하자 되돌아온 답변이다. 이 말을 들은 덩샤오핑은 농담처럼 “한국에서 박태준을 수입하면 되겠군”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해 말 일본 도쿄를 방문한 박태준 회장에게 이나야마 회장은 “박 사장, 중국에 납치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지는 일화다.

덩샤오핑과의 원격 일화가 있어서인지 고 박태준회장은 중국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됐고, 어느 기업인보다 먼저 중국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포스코가 한중수교가 이뤄지기 7년 전인 1985년 홍콩에 법인을 설립한 일이나, 수교 1년전인 1991년 베이징사무소를 개소한 일 모두 박 회장의 지대한 관심아래 이뤄졌다.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이뤄지자마자 중국국제문화교류센터는 박태준 회장을 중국으로 초청했다. 덩샤오핑과 관련된 일화가 있으며, 아시아권에서 신화로 통하던 박태준 회장은 당시에도 이미 중국에서 유명인사였다. 박회장은 당시 방문에서 양국의 철강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 상하이, 톈진 등지의 제철소와 조선소를 둘러봤다. 그리고 상하이에 강판공장을 합작으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우두(首都)강철은 그해 11월 박 회장을 서우강그룹의 명예고문으로 추대했다. 중국의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박태준 모셔오기 바람이 불었다.

박태준 회장이 방향을 잘 잡고 첫물꼬를 잘 튼 덕에 포스코는 중국에서 순항을 거듭하게 된다. 박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후임 경영진에게 중국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1998년에는 중국에서 ‘철강지왕(鐵鋼之王) 박태준’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 책은 ‘철강왕 박태준’의 중국어판으로 포항제철 설립당시의 비화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의 기업가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영감을 줬다.



박태준 회장의 중국관은 그가 2003년 3월 ‘중국 발전고위층 논단 2003년’에 참여한 자리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박 회장의 발언은 아직까지도 어록으로 남아있다. 10년전에 나왔던 발언이지만 요지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고 있었다.

박 회장은 당시 “중국 경제는 조만간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고, 한국 경제는 노력 여하에 따라 중국과 공동 이익과 번영을 추구할 수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개혁.개방의 총 설계사 덩샤오핑이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개혁.개방을 시작했을때 중국 경제의 전망에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었다”고 털어 놓고 “중국은 지역간 빈부격차, 도시.농촌간 격차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틀림없이 고도성장을 지속,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태준 회장은 “그렇다고 부메랑 효과를 겁내 중국에 대한 투자와 기술이전을 기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한국 경제는 IT 산업은 물론 일반 제조업에서 끊임 없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해 중국과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더라도 한국 경제는 기술을 전수하고 투자는 하되 신기술 개발을 위한 분명한 목표를 세워야 하”면서 “이것이 경영자의 역할이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는 중국에게 “인민들이 풍요로운 사회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서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증가하는 인간의 윤리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홀하기 쉬운 인성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박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야와 안목이 원대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박회장은 중국의 기업인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1997년 포스코와 합작으로 장자강포항불수강을 설립한 사강(沙鋼)그룹 선원룽(沈文榮) 회장의 사무실에는 아직도 박태준 회장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1970년대 자본과 기술력 등 어느 하나 내세울 게 없던 무명의 회사를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과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세계 최강의 제철회사 중 하나로 키운 그 기백을 매일매일 마음에 새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선 회장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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