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에 따른 요양 심장병 교통사고 테러 유전병 권력투쟁 실패 등 상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모두 동원되고 있다. 서방 매체들의 추측성 보도는 중국 권력 승계제도의 불투명성과 정보 접근이 어려운데 따른 갑갑증에서 비롯된 것이다. 쉽게 사실 확인이 안되다 보니 그저 개연성으로 지어낸 픽션이 자꾸 부피를 키워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고유한 경제체제를 고집하고 있듯 정치제도로서 권력교체 역시 독특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엄밀하게 중국 정치의 권력 승계에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신중국 설립 이후 중국은 오랫동안 최고지도자의 지명 형식으로 후계자를 결정해왔다. 다만 최근들어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계파간 협상의 산물로 최고지도자(당 총서기 및 국가주석)를 배출하는 게 관례가 되고 있다. 또한 1992년이후에는 10년 주기의 권력 교체가 제도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신중국 설립이후 권력이양을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이 화궈펑(華國鋒)을 후계로 지명했고, 화궈펑에 이어 권력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까지 후계로 정했다.
마오쩌둥은 제일먼저 후계로 삼았던 류사오치(劉少奇)를 노선갈등 끝에 문화혁명 와중에서 희생시키고 이어 린뱌오(林彪), 덩샤오핑을 염두에 뒀다 실패한 뒤 사망직전 화궈펑을 최종 후계로 선택했다.
마오 사후 투쟁으로 권좌에 오른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개방후 후야오방(胡耀邦)을 후계로 지명했다가 너무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1987년 축출했고 이어 자오쯔양(趙紫陽)을 후계로 삼았으나 자오 역시 1989년 6.4 천안문 사태로 실각하고 말았다.
중앙군사위 주석으로 전권을 행사했던 덩샤오핑은 당시 자오쯔양에 이어 장쩌민을 공산당 총서기에 지명했다. 이어 장쩌민은 1992년 부터 2002년 16차 전대회(11월 8일 개막)까지 10년간 총서기 직을 수행한 뒤 후진타오에 바통을 넘겼다.
다만 장쩌민의 후계인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낙점이 아니라 덩샤오핑이 지난 1992년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 '포스트 장쩌민'으로서 후계 수업을 받도록 했다는게 정설이다. 장쩌민은 후계자로 후진타오 대신 자신의 계열인 상하이방 측근 인사 쩡칭훙(曾慶紅)을 염두에 뒀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의 시진핑 국가 부주석은 집단지도체제에 의한 전형적인 계파간 협상의 산물로서 시진핑이 후계자라고 하는 어떤 언질도 없었다. 계파간 물밑 협상끝에 2007년 17차 전대회(10월 15일 개막)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발탁됐고 2008년 3월 전인대(국회)에서 국가 부주석에 선임됨으로써 사실상의 후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그는 카리스마의 부재와 함께 정치적 실적 및 대중적 지지기반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태자당인 그가 공청단과 상하이방으로 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실제 5년전 시진핑이 사실상의 ‘포스트 후진타오’로 낙점이 된 이후에도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자리가 바뀔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다.
정권교체때 마다 쏟아지는 온갖 루머와 억측에도 불구하고 중국 권력승계는 과거 절대 권력자의 지명에서 집단지도체제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으로 점차 제도화 및 안정화 과정을 밟고 있다고 중국의 한 정치 전문가는 말했다. 이 전문가는 최근의‘시진핑 이상설’도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10년 권력(정권)이 교체되는데 따른 자연스런 진통이며 과정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부주석이 과연 40여일후 열릴 18대 전대회에서 무난히 총서기에 등극할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지난 2002년 16차 전대회때 상황에 투영시켜보면 '시진핑 이상설'에 따른 혼란도 조금은 정리가 될 듯 싶다. 장쩌민에서 후진타오로 권력이 이양되던 16차 전대회 때도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승계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16차 전대회가 열리기 불과 한달전까지도 서방 언론들은 장쩌민이 정치 안정을 이유로 총서기 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대서 특필했다. 그러나 장쩌민은 아무일 없다는 듯 총서기직을 후진타오에게 넘겼고 인민해방군의 통수권을 쥔 군사위주석직도 얼마 지난뒤 2004년 9월 이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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