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가 1번홀 페어웨이로 가면서 에너지바를 들고 있다. {미국PGA}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티오프시각에 임박해 골프장에 도착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그 본보기를 제시했다.
매킬로이는 30일 낮 11시25분(현지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메디나CC 1번홀에서 라이더컵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를 시작하게 돼있었다.
그런데 경기 시각이 다가오는데도 매킬로이가 보이지 않자 유럽팀 단장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이 그를 찾았다. 매킬로이는 당시 호텔방에서 느긋하게 마지막날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장의 전갈을 받은 매킬로이는 부랴부랴 챙긴 후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고 경기장인 메디나CC에 당도했다. 티오프시각 11분 전이었다.
매킬로이는 그 와중에도 경기 준비를 했다. 연습볼을 칠 시간은 없었지만, 클럽 몇 개를 들고 연습스윙으로 몸을 풀었다. 연습그린에서 몇 차례 퍼터로 볼을 굴려보기도 했다.
그는 단장과 포옹한 후 티오프 시각을 몇 분 남기고 티잉 그라운드에 도착했다. 대회 로컬룰상 ‘티오프 시각을 지나 5분안에 도착하면 매치플레이에서는 첫 홀 패배를 당하고, 티오프 시각을 5분 초과한 뒤에 도착하면 실격당한다’고 돼있었다.
매킬로이는 이날 조금만 늦었더라도 페널티를 받았거나 실격당할 수 있었다. 그러면 대회 결과도 달라질 수 있었을 법하다.
매킬로이는 첫 홀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편으로 보냈다. 그리고 페어웨이로 나가면서 아침 대용으로 에너지바 2개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그러고도 파를 잡고 키건 브래들리(미국)와 첫 홀을 비겼다. 매킬로이는 2&1(한 홀 남기고 두 홀차 승)로 이기고 유럽팀에 승점 1을 보탰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매킬로이처럼 티오프시각에 임박해 골프장에 도착하는 일이 가끔 있다. 그런 때 매킬로이가 보여준 ‘루틴’(몇 차례의 연습스윙과 연습 퍼트, 그리고 스낵으로 식사 때우기)을 참고할만 하다. 다만, 매킬로이는 경기복장을 갖추고 호텔을 나섰을 것이므로 골프장에 도착해 옷갈아입는 시간은 절약했을 듯하다.
매킬로이가 티오프 시각을 혼동한 것은 미국의 시간차와 전날 TV시청과 관련이 있다. 그의 최종일 티오프 시각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11시25분이었다.
매킬로이는 전날밤 미국 골프채널을 시청했다고 한다. 골프채널에서는 라이더컵을 소개하면서 최종일 자신의 티오프시각을 미국동부일광절약시간(EDT) 기준으로 12시25분이라고 여러차례 방송했다고 한다. 대회장이 있는 시카고는 미국중부일광절약시간대(CDT) 지역이다. EDT보다 1시간 늦은 것. 따라서 골프채널에서 EDT기준으로 12시25분이라고 한 것은 틀리지 않다. 그것을 CDT로 잘 못 해석한 매킬로이 잘못이 크다.
매킬로이는 EDT와 CDT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골프채널에서 말한 ‘12시25분’만 기억하고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었으니 1시간 착오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매킬로이는 “빨리 오라”는 전갈을 받을 당시 티오프시각까지 90분 남은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30분밖에 남지 않았던 것. 다행인 것은 매킬로이가 경기 전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는 USPGA챔피언십 때에도 30분 연습하고 첫 샷을 날렸다고 한다.
매킬로이는 한바탕 소동 후 “센트럴 타임 존이라!”라고 중얼거리면서 웃었으나, 16분만 더 늦었어도 2012라이더컵 결과는 바뀌었을지 모른다.
한편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는 “이처럼 중요한 대회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더욱 그는 세계 톱랭커가 아닌가. 캐디, 부단장, 단장은 뭐했나?”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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