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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잔치’ 미국 대선 관리는 '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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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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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방직 후보는 FEC에 헌금 수입· 지출 상세히 보고 의무<br/>후보· 정당· 지역 위원회 등에 최대 헌금액 제한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미국 정치인들의 선거 자금에 대한 관리와 규제는 엄격하다.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나서면서 목표한 모금 금액이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로 선거판이 왠만한 기업 매출에 맞먹는다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4년마다 뽑는 연방상원의원 후보들은 전국 평균 약 1000만달러를 모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금이 뭉칫돈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씀씀이는 철저하다. 미국인들이 평소 사용하는 수표(check) 거래 관행과 맞물려 거의 모든 정치헌금은 납부자, 체크번호, 수신인, 수신처(보통 후보 캠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 부통령, 연방 상·하원 의원 등 연방 선거직에 도전하는 후보자가 받고 쓰는 모든 헌금은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deral Election Commission, FEC)의 감독을 받는다. 지금이라도 오바마 후보 캠프의 수입 지출 내역을 알고 싶으면 FEC 웹페이지를 찾으면 된다.

그외 주지사, 시와 카운티(한국의 시와 군의 중간정도 행정단위) 대표, 경찰서장, 주 검찰총장 등은 행정구역의 주법을 따르게 된다. 보통 한 선거 사이클(보통 4년)에 1인당 한 후보에 수천달러의 한계를 두고 있다. 이를 넘지 않으면 된다.

연방 선거에 지원되는 정치헌금에 있어서 하드머니(hard money)는 후보 캠프에 직접 기부하는 후원금으로 최대 2500달러로 제한된다. 매 선거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FEC에서 최대 금액 규모를 조정한다. 더 나아가 이번 선거에서 개인이 각 정당에 할 수 있는 기부 최대금액은 3만800달러, 주나 지역 정당 위원회에는 1만달러, 다른 모든 정치 위원회에는 5000달러 등의 제한이 있다.

이같은 금액을 모두 더했을 때 한 개인은 11만7000달러(2년 합계)를 넘으면 안되고, 모든 후보들에게는 4만6200달러를 넘으면 안된다는 부대조항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 소속 정당 등에 헌금을 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움직임들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는 소프트 머니(soft money)를 통한 우회 기부가 크게 늘고 있다.

개인, 기업 및 노조 등이 주와 지방선거 후보가 속한 정당에 내는 소프트머니는 당전국위원회 등을 통해서 해당 후보를 지원하게 되므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공화당은 미국총기협회(NRA)와 담배회사들이, 민주당은 노동단체와 환경단체 등이 막대한 소프트머니 자금줄이라 할 수 있다.

개인과 단체의 견해와 이익이 간여할 수 밖에 없는 소프트머니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이 미국 정치헌금의 딜레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선거판에 특정 후보의 정당과 정책을 홍보하고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텔레비전, 신문 광고를 잇따라 게재하는 슈퍼팩(super PAC)이 활개를 치고 있다.

슈퍼팩은 기업 등에 설립과 운영이 허용된 팩(Political Action Committee·정치위원회)이 무제한의 자금을 굴리면서 ‘슈퍼’란 접두사가 붙은 것이다. 많게는 수천만달러의 자금을 모금해 적극적인 정치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현재 약 800여개의 슈퍼팩이 허가를 받아 약 10% 정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슈퍼팩은 ‘특정 후보진영과 결탁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모호한 규정을 이용해 아무 꺼리낌없이 활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은 올해 대선에서도 오바마나 롬니 캠프로 직접 수금되는 헌금과는 별도로 직접 돈을 거두어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올해 대선에서 슈퍼팩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지난 2010년 대법원에서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팩의 거의 무제한적 활동과 정치자금 모금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보통 ‘공룡’으로 불리는 슈퍼팩 자금까지 하면 미국의 대선은 적어도 수십억달러가 움직이는 거대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대선 후보들도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덩어리가 큰 슈퍼팩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기업이나 대규모 이권단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슈퍼팩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롬니는 “교사 노조 등 단체가 특정 후보에 막대한 후원을 하고 나중에 보상을 받는 방식은 지양되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까지 각 후보가 슈퍼팩을 통해 모금한 금액은 롬니가 1억4500만달러로 오바마의 4400만달러의 거의 세배가 넘었다.

이와 함께 미국 선거에서 합법적으로 헌금을 받을 수 있는 단체는 각당 전국위원회다. 보통 민주당전국위원회(DNC),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로 불리는 이들 당내 조직은 후보 캠프와 별도로 선거자금을 받아 해당 후보를 지원사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롬니 공화당 후보가 월별 선거 정치헌금 모금 실적에서 오바마를 앞섰다는 보도는 후보 캠프와 전국위원회 모금 실적까지 합한 금액을 말한 것이다. 최근까지 DNC는 2억3300만달러, RNC는 2억83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나타나, 롬니는 슈퍼팩과 당전국위원회 모금에서 오바마를 압도했다.

헛점도 많고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선거 자금 관리와 규제상 가장 큰 장점은 투명성이다. 이들을 감시하는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 후보와 당의 자금 운영을 감시하는 비영리기관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나 선거자금 모금과 지출 내역을 알 수 있다. 돈을 모아서 다시 쓰는 과정이 반복되는 선거 풍토상 조금이라도 이권이 결탁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후보들은 어느 누구와도 이권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기업들도 선거 풍토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중이다. 정치투명성센터(CPA)가 27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포츈 500대 기업중에서 지난해 보다 올해 더 많은 기업들이 정치헌금상 내부 투명성을 높이는 장치를 마련했고, 헌금을 어디에 얼마나 했는지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CPA의 브루스 프리드 회장은 “지난 수년간 슈퍼팩 등 거대 공룡들의 활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들이 헌금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감추는 것보다 공개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선거자금 감시 웹사이트중 하나인 오픈시크리츠(opensecrets.org)에 따르면 오바마 캠프가 지금까지 이번 선거를 위해 모금한 실적은 4억3300만달러(당전국위·슈퍼팩 포함하면 총 7억8000만달러)이며 이중 3억4500만달러를 사용해 잔액은 약 8900만달러다.

롬니 후보는 총 2억8000만달러(당전국위·슈퍼팩 포함하면 7억8400만달러로 총액에서 오바마 앞섬)를 모금해 2억2900만달러를 사용했고, 잔액은 약 5000만달러를 갖고 있다. 선거 정치자금은 납부자나 유형별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고 어디에다 집행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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