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근 혜인당 원장이 약제실에서 맘모스 상아 화석을 들어보이고 있다. 러시아에서 전문감정인의 감정을 거쳐 직접 구입했다는 이 상아는 정신병이나 간질, 자폐증에 효능이 좋다. |
아주경제 베이징 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베이징 교민사회는 물론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명의(名醫)’로 불리고 있는 혜인당의 김인근 원장은 중국의 의료시장이 빅뱅을 앞두고 있다고 단언했다.
한중수교도 하기전인 1992년 3월에 서해바다를 건너와 20년 이상 현지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그는 “중국의 의료개혁으로 의료보험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지금도 의료보험 지정병원은 매일 손님들로 북적댄다”면서 “의료보험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호구제한 철폐가 사라지는 2020년이면 중국에 어마어마한 의료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보장이 확충되면 동네약국에서 약을 지어먹고 마는 중국인 환자들이 병원에 와서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볼 수 있다.
중국 의료시장 급팽창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김 원장은 “기회이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우선 그는 우리나라 의사들과 의료시스템의 중국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 의료시장의 또 다른 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주특기 시험합격 등의 절차만 거친다면 외국인 의료진에게 현지 진료의 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며 “시장이 형성되면 외국인 병원개업의 메리트가 커진다”고 소개했다. 과거 많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개업을 했지만 보험처리가 안되는 외과, 내과, 소아과, 부인과 등에서는 손님을 끌지 못한채 도태되고 말았던 이유 역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진의 뛰어난 경쟁력이라면 현지에서 충분히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의학지식의 완비성,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 생활의 성실성, 집도의 섬세함, 임상의 완벽함, 환자에 대한 열정 등에서 우리나라 의사가 중국 의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한수 위”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중국 전역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현지 명의들의 의료수준은 두렵기 그지없다”며 중의의 저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훗날 의료시장이 팽창하면 기본기가 탄탄하고 저력이 있는 중국의 의술이 우리나라를 위협할 날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그는 중국의학에는 5000년동안 세계 최대의 인구를 대상으로 축적된 방대한 노하우가 존재함을 지적한다. 이미 수천가지의 질병에 대한 축적된 경험이 있으며 특히 민간의학에는 불치병인 루프스병마저도 치료해 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증법에 기초한 임상과정도 위력적이다. 환자나 환부, 질병 등에 대한 체질과 특질들을 파악해 이에 상응하는 처방을 내리는 과정은 철저히 실용적이며 충분히 효과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중국의 현대의학은 중의와 양의가 혼합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의학대학에서는 중의와 양의를 함께 교육하며, 종합병원에서도 중의와 양의를 함께 처방한다. 김 원장은 “서구문화가 도입되면서 전통의학을 완벽히 도태시킨 일본이나, 한의학과 양의학을 병존시킨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중의와 양의를 융합시켰다”며 “대학에서 양의와 중의를 동시에 배운 한명의 의사가 엑스레이 판독을 하고 내시경 검사를 한 후 양약과 중약을 함께 처방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같은 방법은 치료율을 월등히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2003년 베이징에 사스가 창궐했을 때, 2009년 조류독감이 유행했을 때도 중국과학원은 병균을 서양기술로 분석한 후 중의의 치료제를 개발해 냈다. 그리고는 약초를 배합한 처방전을 인터넷으로 무료로 배포했고, 인민들은 약국에 가서 처방전대로 약을 조제해 달여 먹었다. 그 효과는 저렴하면서도 뛰어났고 부작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중국의 의료경쟁력은 방대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약재에서도 나온다고 말한다. 중국의 땅덩어리에는 열대지역과 한대지역, 습지와 건지, 고산지대와 저지대가 모두 존재한다. 각양각색의 지형과 토질, 기후에서는 각기 다른 약초가 생산된다. 그는 “본초강목에는 이미 수천가지 약초들의 검증을 거친 효능이 고스란히 열거돼 있다”며 “이를 배경으로 중국은 바이오산업에 무서울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실제로 중국은 중의학을 세계화시킨다는 목적아래 중약 약초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벌이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약초들을 이용해 각 질병별로 알약형태의 간편한 약품을 만들어 내는게 중국의 목표”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중의는 역사적으로 탄탄한 기초위에서 거대한 자본과 규모가 더해져 혁신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며 “인접국인 우리나라는 의료인들의 중국진출은 물론 중국과 함께 신약개발이나 치료프로그램 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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