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글로벌 삼성이 자사 워드프로세서만 고집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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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0-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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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 기자=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의 신기록을 매번 새로 쓰며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은 전자를 비롯해 그룹 전체 개방화를 통해 글로벌화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만큼 과거를 고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체개발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을 제외하고 시장에서는 이제 훈민정음을 찾아보기 힘들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개발한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은 삼성그룹 내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시장에서 사라졌다.

2010년 기준으로 MS워드가 포함된 MS오피스와 아래아글이 포함된 한글과 컴퓨터가 8:2 정도로 나누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민정음’은 사실상 삼성그룹 내부를 제외하고는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완전히 물러난 셈이다.

훈민정음은 지난 1988년 삼성이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공략을 위해 야심차게 개발했던 워드프로세서로 현재 삼성그룹은 내부 문서를 모두 훈민정음을 사용해 쓰고 있다.

삼성의 이 같은 고집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훈민정음의 이력은 초라하다.

개발 당시와 외환위기가 찾아오기 이전에는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했던 한글과 컴퓨터의 ‘아래아한글’에 빌려 자리를 찾지 못했고 그 이후에는 윈도우와의 호환성을 무기로 장악력을 확대한 마이크로 소프트의 ‘MS워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후 훈민정음은 국내 소프트웨어 사용 진작의 일환으로 사용됐던 농협 등 일부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되며 명맥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농협에서도 공식 워드프로세서를 한글과 컴퓨터의 ‘아래아한글’로 교체하면서 그나마 입지가 더 줄었다.

삼성 관계자는 “훈민정음이 그룹 내부에서 사용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지위가 약한 만큼 적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내부용 워드프로세서로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방침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 내부에서도 호환 문제 등으로 인해 훈민정음 외에 MS오피스도 연동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삼성이 훈민정음의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데에는 비호환성이 오히려 대외적으로 보안성을 높이는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훈민정음이 삼성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이고, 우리 업무에 특화된 기능들이 있어 편의성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도 전 계열사에서 업무 전반에 걸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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