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버냉키 의장은 지난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신임함으로써 현재 두 번째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만일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버냉키는 또 한 번의 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측근들은 가장 어려웠던 지난 수 년간 미국 경제 침체기 속에서 힘든 격무에 시달린 버냉키가 이번 임기를 끝으로 연준 의장 자리를 그만두고 고향인 프린스턴대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이 같은 추론 속에서 후임자들을 분석했다.
버냉키가 그만두면 가장 유력한 인사로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이 거론됐다.
서머스는 능력으로는 후보자들 중에서 가장 출중하지만 학자 출신으로서 고집이 세 주변에 적이 많다. 하버드대 총장 자리도 그래서 중간에 그만뒀다. 그렇지만 연준 이사회의 여러 총재와 위원들을 설득하고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그 정도 고집은 있어야 한다는 평가다. 관건은 상원 인사 청문회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도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옐런 부의장은 샌프란스시코 연방은행 총재 출신으로 버냉키처럼 오바마가 임명한 인물이다. 인플레보다 실업률 등 성장에 더욱 주력한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그동안 버냉키와 호흡을 맞췄고, 공화당 등지로부터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양적완화 등 통화팽창정책을 찬성해 왔다.
퍼거슨 전 부의장은 그린스펀 의장 시절 7년간 일했으며 이후 민간 금융권에서 일해 왔고, 지금은 금융그룹 TIAA-CREFF의 CEO를 맡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오게 만든 금융권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후보군에는 들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다.
한편 롬니가 당선되면 긴축통화정책을 옹호하는 경제학자나 연준 인사가 등용될 전망이다.
롬니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등 통화팽창정책을 사용하는 버냉키 의장을 비난했고, 당선되면 그를 교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선택은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또는 글렌 허버드 전 NEC 의장(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WP는 분석했다.
테일러는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맡기도 했으며, 중앙은행이 각국이 처한 경제적 현실에서 적정 기준금리를 책정할 수 있는 테일러 룰을 개발한 주인공이다. 버냉키의 양적완화를 강력 비판해온 인물로 롬니의 제일의 선택일 수 있다.
다음은 허버드 교수로 지금도 롬니 후보의 경제자문관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종료되는 2001년 부시 감세안을 만든 당사자다. 그러나 허버드는 버냉키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면이 있어 테일러보다는 더 신중한 면이 있다.
이밖에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오바마 대통령 경제회복자문위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 그렉 맨큐 하버드대 교수(부시 전 대통령 CEA 의장), 케빈 와시 전 연준 이사 등이 롬니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WP는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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