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받은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요양기관별(종합병원, 병·의원) 및 입원일수별로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만을 부담하는 제도다.
1997년 시범적으로 도입됐으며 지난 7월 1일부터 맹장·백내장·제왕절개·편도·항문·자궁·탈장 등 7개 질환에 대해 포괄수가제가 시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포괄수가제를 원하는 병·의원만이 시행했으나 현재는 모든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시행 중이다.
포괄수가제는 입법 및 도입 단계에서부터 정부-의료계-환자 사이의 의견충돌이 계속돼 왔다.
병·의원 급에서 당연지정제로 확대된 지 석달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와 대립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포괄수가제는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을 앞두고, 보다 현실적인 정책 제언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정부, 장기적 관점에서 장점이 더 많다
보건복지부는 환자의 의료비 부담 절감·건강보장 관리시스템 개편·지불보상제도 개편·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을 포괄수가제 도입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필요 이상의 과잉진료에 따른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고, 환자에게 제공되는 각각의 의료 서비스에 대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행위별수가제(Fee for Service)'의 폐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의지다.
지나치게 긴 입원기간과 의례적인 검사(CT·MRI 촬영) 등을 경험한 환자와 그 가족들 역시 포괄수가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의 '2011 보건복지통계연보'에 의하면 2010년 기준 의료서비스 불만이유 중 약 22%가 과잉진료가 차지할 정도로 과잉진료에 대한 환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복지부는 의료비 상승요인 억제·진료비 1억 원 이상의 고액진료환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따른 변화 등, 건보재정의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도 포괄수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오는 12월까지 합리적인 포괄수가 조정기전을 마련하고, 원칙·주기·신의료기술을 반영한 수가조정의 기본틀을 잡을 것" 이라고 말했다.
◆ 의사협회, 의료질 저하 우려·보험급여 청구도 어려워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전체 의료기관 당연지정제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가능한 이득을 최대한 창출하기 위해 단기입원·조기퇴원이 성행하는 등 의료의 질적 저하가 명약관화하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연구의지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동일한 진료비만 인정되는 제도의 특성상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포괄수가제의 경우 비보험 항목이 합법이었으나 새로운 포괄수가제에서는 일부 항목을 제외한 비보험이 불법으로 간주돼, 모든 병원들이 비슷한 수술법과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의료기술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포괄수가제 도입의 장점으로 내세운 업무 간소화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오히려 포괄수가제 내에서는 행위별 수가에 비해 경우의 수가 증가해 진료비 청구 및 심사절차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포괄수가제 확대시행으로 보험급여청구 방법이 크게 변경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개원의들도 크게 늘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개원의는 "급여청구 방법이 너무 복잡해 재청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뿐 아니라 의료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외 전담직원을 따로 둬야 할 정도"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7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의료기관 보험급여청구 방식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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