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더불어 세계적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연쇄적인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식량기구는 식량가격지수가 전달(8월) 대비 1.4% 높은 216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곡물, 육류, 유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전체 식량가격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입한 곡물이 다음달부터 국내에 들어오게 되므로 밀가루 등 주요 소비재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밀가루는 가격 인상이라는 한파의 영향권에 가장 크게 들어설 전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 기준 원맥은 부셸당(27.2㎏) 880센트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달 국제시세는 연초인 1월 평균 시세보다 40%가량 올랐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사람들은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는 상품 가격에서 원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를 웃돌기 때문에 원맥값 상승에 의한 부담이 가장 크다"며 "애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연말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수수와 대두 등 가축 사료 가격 인상에 따른 우윳값 인상에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서울우유를 비롯한 대부분 유제업체들은 지난해 11월 원윳값 상승분을 반영해 우윳값을 일제히 10%가량 올렸다. 이는 3년에 한 번꼴로 조정되는 원윳값의 추가 상승을 의마하는 동시에 사료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 빵, 아이스크림, 유제품 등 2차 제품까지 합치면 우윳값 상승의 한파는 걷잡을 수 없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최근 회사 내부에 원윳값 상승으로 과자나 아이스크림 값을 당장 인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인상에 따른 소비심리의 위축을 우려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도 "소비자물가의 최대 추가 상승폭은 0.4%포인트로서 정부의 물가안정 목표 범위인 2~4%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생활물가 상승으로 불안심리를 자극해 소비위축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올 12월 대선의 최대 과제가 '물가안정'인 만큼 곧바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밀가루 가격도 내년 상반기 10%대 인상, 원윳값은 동결 또는 미미하게 상승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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