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은행감독기구를 가능한 빨리 만들기 원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를 방해했다. 양측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입장을 고집했다.
결국 독일과 프랑스는 내년 초까지 유럽중앙은행(ECB) 산하의 은행감독기구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로 동의했다. 그러나 은행감독기구의 운영시기는 내년 말 이후로 합의됐다. WSJ는 메르켈 총리가 다음 선거까지 시간을 별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앞서 유로그룹은 지난 6월 단일화된 은행 감독기구를 설립한 후 ESM의 은행 직접 지원을 허용했다.
독일과 프랑스 간 입장 차이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 이후로 벌어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부터 메르켈식 긴축재정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긴축이 아닌 성장 정책을 펼쳐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독일과 입장을 나란히 했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한 후 독일과 남유럽 간 중개자 역할을 했다. 독일은 프랑스가 기존과 같이 독일과 뜻을 같이 하길 바랐으나 리더의 변화로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독일의 영향력은 막강해졌다. 유로존 국가들은 자금줄인 독일이 없으면 유로는 붕괴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가득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 붕괴의 우려가 줄어들면서 프랑스와 남유럽은 독일에게 과감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브뤼셀의 씽크탱크인 브루겔(Brugel)의 니콜라스 베론 학자는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 압박이 급감했다”며 “압박이 줄어들면서 긴급함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론 학자는 독일과 프랑스 관계가 매우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유럽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며 “프랑스는 다른 국가를 위한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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