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 커플스의 드라이버샷 모습.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골퍼들은 장갑을 낀다. 오른손잡이는 왼손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에 장갑을 낀다. 왜 그럴까.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보자.
많은 골퍼들은 우드나 아이언샷을 할 때 ‘오버래핑 그립’을 한다. 왼손으로 그립을 잡은 뒤 그 위에 오른손을 덧붙이는 형태다. 왼손이 그립에 접촉하는 부분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왼손이 스윙을 컨트롤하게 된다. 오른손은 그 위에 살짝 감싸주는 정도(보조적인 역할)라야 이상적인 스윙이 나온다. 왼손이 스트레스와 압박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그립을 한 후 스윙을 하다 보면 클럽이 미끄러져 나갈 수 있고, 손바닥이 뒤틀려 물집이 생기거나 굳은 살이 배길 수도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윙의 ‘주된 손’이라고 할 수 있는 왼손에 장갑을 낀다. 장갑(가죽)은 맨손보다 점착성이 좋기 때문에 그립을 더 견고히 할 수 있다. 물론 부상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습도가 높거나 비오는 날에는 장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에는 클럽의 그립 자체가 점착성이 높게 만들어져 나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장갑을 끼는 것이 그립을 견고히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데도 장갑을 아예 끼지 않거나, 양손에 끼는 골퍼들이 있다.
프레드 커플스, 리 잰슨, 루카스 글로버, 로레나 오초아는 장갑을 안 끼고 스윙하는 타입이다. 그린 주변에서 짧은 샷을 할 때 장갑을 안끼는 골퍼들도 많다. 그 반면 22일 미국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토미 게이니, ‘20세기 최고의 골퍼’ 잭 니클로스, 퍼트의 ‘고수’ 데이브 스톡턴 등은 퍼트할 때에도 양손에 장갑을 낀다. 장갑을 낀채 퍼트하면 그립이나 감각이 둔해질 법한데도 그렇다. 겨울철에, 또는 일부 여성골퍼는 양손에 장갑을 착용하는 일도 있다.
클럽이 미끄러지지 않고 부상 염려가 없다면 맨손으로 그립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커플스는 “고온다습한 시애틀에서 자랐기 때문에 장갑을 안낀다”고 말한다. 날씨가 더운 데 장갑까지 끼면 더 덥게 느껴지고 그래서 맨손 플레이가 습관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장갑을 끼지 않아도 스윙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 반면 프로골퍼 출신의 해설가 조니 밀러는 “커플스와 잰슨이 장갑을 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장갑을 끼지 않으면 불리할 것이다. 둘은 장갑을 끼지 않고도 세계적 선수가 된 마지막 케이스가 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장갑은 한 손에만 끼고, 그린에서는 벗는다’는 고정관념은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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