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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사이인 궈진(오른쪽)과 리지카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도 닮았다. 이들 뒤에 걸린 인형들은 리지카이가 숲속의 정령을 형상화한 인형들이다./사진=박현주기자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두 남자,닮았다. 아이를 그리는 것도, 또 현실을 부정하는 점도 비슷하다.
중국작가 궈진(48)과 리지카이(37)다. 둘은 지난 19일부터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에서 각각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이들은 "한국에 와서야 같이 전시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들은 "비극적인 것들이 의미있다"며 예술가 성향을 드러냈다. 알고보니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다. 스촨미술대학 유화과 출신으로 궈진이 리지카이를 가르친적이 있다. (스촨미술대학 출신은 장사오강 펑정지에등이 국내에서 알려져 있다.)
"과묵하고 관찰력이 탁월한 학생였어요.". 궈진은 리지카이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말이 없고 생각이 많은 학생이었던 리지카이가 이렇게 클줄은 당시엔 예상못했다"고 했다.
"스승 궈진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은 것"같다는 리지카이는 '청출어람'이다. 프랑스 아트프라이스닷컴이 뽑은 현대미술작가 500위 순위에 올라있는 이들은 스승 궈진이 262위(2011),리지카이는 151위다. 리지카이는 특히 세계적인 컬렉터 사치가 선정한 중국미술 세대교체를 이룰 새로운 블루칩작가로 중국 70년대 태생 작가 순위중 4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그림 같지 않은' 그림으로 세계미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군인 이들의 공통점은 '아이를 통해 사라져 가는 기억과 과거의 가치에 대한 삶 자체의 중요성을 표현한다.
아련함과 우울함. 공허한 내면세계를 무기로 세계미술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들의 작품은 '이제 빨갛고 정치적인 팝아트는 잊어라'는 듯 '흘러가는 것에 대한 속절없음'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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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기법'으로 유명한 궈진이 이번 전시엔 녹슨 조각도 선보인다./사진=박현주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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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모호하게 그린 그림속 아이는 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
뭉개진 얼굴의 아이들. 바스러질듯, 서걱거리는 그림은 아름다움과 잔혹의 경계에 있다. 세월의 켜를 뚫고 나온듯 일명 '녹슨 기법'으로 인정받은 궈진의 대표 회화 29점과 조각 4점이 전시됐다.
궈진이 90년대 말부터 그려온 '아이'는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을 회상하는 상징이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듯 한 화폭속 그림은 인생무상을, 또는 그가 꿈꾸는 이상향이 쇠붙이가 녹이 쓰는 듯한 풍화된 방식으로 그려냈다.
과거인지, 현실인지, 또 얼마나 오래전에 그린 것인지, 최근에 작업한 것인지 헛갈릴정도로 낡은듯한 기법이다. 그리고 지우고 또 지워져 뭉개진 붓질의 흔적은 '부정의 부정'을 하고 있는 작가의 내면 상태가 담겼다.
궈진은 지난 90년대 중반 중국 신예술의 대표적인 인물로 계속되는 리얼리즘과 정치팝, 두 예술사조에서 비켜난 60년대 작가로 굴곡진 현실속 환상과 이상을 좇는 예술관을 보이고 있다. 아이인지, 동물인지 모를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같은 신작은 우주공간같은 배경과 SF영화처럼 독특한 분위기로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현대미술관에서, 올해 4월엔 중국 시안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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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아이. 만화같은 그림으로 중국 자아세대 선두자리에 서있는 리지카이가 거대한 버석그림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박현주기자 |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2/10/22/20121022000502_0.jpg)
'불안'과 '슬픔'은 그의 힘이다. 중국의 일명 자아세대 선두에 서있는 리지카이는 지난해 인터알리아가 선보인 '눈부신 윤리학'전시에서 국내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끈 작가다.
풀죽은 아이, 힘없이 축 늘어진 아이가 등장하는 만화같은 작품은 중국의 발전상과 궤를 같이한다. 교수인 아버지 의사인 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자란 리지카이는 그림처럼 늘 혼자였다. 이번 전시 메인인 '버섯 그림'에 대해 물어보자 "버섯은 비만오면 잘 자란다"며 우회적으로 말했다.
그림속 우울한 아이를 둘러싼 환경은 거칠다. 금방이라도 파괴들듯한 바닥과 둥근 지구위에서 나뭇잎하나 없는 마른 가지를 든 아이의 모습도 삭막하다.
혼자놀던 리지카이는 변화무쌍하게 발전하는 중국을 말없이 지켜봤다.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지고 파괴되고 다시 솟아오른 도시를 보며 과거의 상실감에 대한 현 세계를 그림속에서 비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특히 그의 도자기 파편같은 작품과 숲속의 정령을 형상화한 인형도 선보인다. 파편조각은 근현대 과정을 겪고 있는 중국의 현재 모습, 부서지기 쉬운 시간속에서 사라져 가는 기억, 사라져가는 과거의 가치에 대한 상실감이 담겼다. 지난 9월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현재 후베이 미술대학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전시는 11월 8일까지.(02)347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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