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대학명 및 발전기금 지원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갈수록 커지는 대학발전기금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대학 내 점포를 가장 많이 운영하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서울대, 연세대, 포항공대, 중앙대 등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개 대학에 캠퍼스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한양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24개의 대학에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학을 공략하는 이유는 교직원 급여이체나 등록금 수납 등으로 영업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대학생들을 잠재적인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은행들이 대학에 점포를 내는 이유다. 실제로 부속병원까지 보유한 종합대학의 경우 연간 금융거래액은 수조원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학생 고객 확보를 위해 발전기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갈수록 요구액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은행의 경우, 조만간 서울 소재 모 대학과 캠퍼스지점 설치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기존 발전기금에 20억을 더 얹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전략상 구체적 액수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발전기금은 대학 측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요구액의 100%까지는 못 해도 80%까지는 맞추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에 위치한 사립대의 경우 지점 설치를 위해서는 통상 130억~200억원의 발전기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학들이 복수의 금융사와 주거래 협약을 맺으면서 은행들의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실제 서울대와 연세대, 동국대 등 일부 대학은 복수의 은행과 주거래 계약을 맺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캠퍼스지점 개설을 위한 무리한 경쟁을 하다보니, 대학이 점점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출혈경쟁이 악순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공약 전략을 바꾼 은행도 있다. KB국민은행은 대학내 점포 개설 대신 대학 근접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KB락스타는 대학 캠퍼스 인근에 금융서비스와 세미나룸, 미니카페, 인터넷 사용 등이 가능하도록 한 대학생 전용 복합공간이다. 그러나 2년 간 41개 점포에서 1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 수익성은 ‘제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은행들의 영업 활동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KB·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수협 등 7개 주요 은행이 대학교, 병원, 지자체 등에 총 1560억원을 출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어느 은행이 발전기금을 더 많이 베팅하느냐에 따라 학교 내 영업점 설치 및 학교운영자금 유치 등이 결정된다”면서 “이는 사실상 해당기관과 은행의 ‘검은 뒷거래’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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