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
아주경제 조윤선 기자= 중국은 늘 생존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13억 인구가 어떻게 먹고살수 있을 것인가, 방대한 영토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항상 고심해왔다.
지난 30년간의 학습과정을 거친 결과 중국은 “지금만 같아라”는 현상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향후 13억이 생존하고 영토를 보존하기 위해 이를 시장경제와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가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최대 과제가 될 것이다.
◆ 13억 인구와 방대한 영토 보존이 중국의 생존원리
중국이 1인당 GDP 5000달러를 달성하고 빈부 격차를 어느 정도 줄였다고는 하지만 전체 인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빈곤하다. 이에 따른 불만을 어떻게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인지가 바로 시진핑 시대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중국은 13억 인구의 생존을 최우선 목표로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때 시행하던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할지, 새로운 방식을 채택할지를 결정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음에도 왜 댜오위다오에 목을 매는가 하며 의아해 하지만 이 역시도 중국의 생존원리와 관계가 깊다. 중국에게 13억 인구와 영토 보존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의 봉쇄정책’이다. 현재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은 중국이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바닷길이다. 인도양, 말라카 해협, 동중국해, 대만 해협을 잇는 이 항로는 현재 미국 7함대가 장악하고 있어 미국이 중국 견제에 나설 경우 항로가 막힐 수 있다. 따라서 이 항로 수호를 위해 필요한 거점 기지가 바로 댜오위다오인 것이다.
◆ 높아지는 민도와 중국 공산당 체제의 앞날
예전에 중국인들은 공산당이든 누구든 밥만 먹여주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나라가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국민들은 금방 불만을 터뜨린다. 중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왜 아이를 하나만 낳아야 하는가?라며 산아제한정책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 중국인이 늘어나는 등 사회주의 체제의 규격화된 행동 규범에 대해 저항하는 중국인이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13억을 묶는 끈이었던 공산당이 온전할 수 있을지가 세간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의 욕구가 분노로 폭발하지 않게 하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첫째, 공산당 내부 부패구조가 정리돼야 한다. 시진핑이 지도부 부패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공산당 체제유지가 가능하다. 둘째, 1당 독재이긴 하나 모든 영역에서 당이 주도하는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적 자치를 인정하고 당내 민주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 강대해진 중국 경제력, 부상하는 중국 위협론
중국이 강대해지고 있지만 미국, 구소련과 같은 장기적 패권을 구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13억 생존과 영토 보존에 바빠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서태평양 항로를 지키기 위해 이 지역을 미 7함대나 일본 자위대에 맡겨두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의도하는 것은 대국으로서의 굴기(崛起),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화평굴기(和平崛起)’이지 헤게모니를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중국은 13억 생존과 영토 보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와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우리 경제가 중국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한국의 주력산업인 중화학, 정보통신(IT)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앞으로 부가가치 사슬구조에서 한국은 업스트림으로 밀릴 것이고 다운스트림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일본이 한국에 핵심 부품 수출 완성품 시장을 내어줬듯이 한국도 중국에 이럴 가능성이 크다.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중국의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길밖에 없다. 중국 수출이 막히면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중국 내수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중국은 앞으로 생존을 위해서 임금 인상을 통해 내부 소비를 늘릴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확대되는 민간소비를 한국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자국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명품을 많이 사간다. 우리도 한국산 명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부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한국에서 공급하고 서민들이 사용하는 것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원화된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중국인들의 소득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조세를 걷어 재정을 쓰는 방식이지만 중국은 최저임금을 2배씩 인상하는 등 소득을 올리는 독특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저소득층의 소비가 올라가 민간 소비가 늘고 산업의 재편이 일어나며 고임금 구조에 맞는 산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다. 광둥성 저임금 기업들이 도산하는 사태가 줄줄이 이어지고 저임금 산업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지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저임금을 중심으로 한 경쟁력 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있다.
◆ 시진핑 정권 출범, 장쩌민 후진타오와 다른 대외 정책은
시진핑 정권 초기 5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을 보면 중국은 견제를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동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집중을 강화하면서 중국은 이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군비를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진핑 집권 초기에는 군비 출혈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양상이 변할 것이다. 미국은 실업문제 등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팽창정책을 동시에 사용하기에는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도 1인당 GDP가 1만 달러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외 확장과 기타 국가와의 충돌 국면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북한- 중국 경협강화 어떻게 봐야 하나.…
우려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경쟁이든 대화든 북한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어 외부와의 교류가 차단되면 북한의 중국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 남한, 일본과 협상을 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대화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안전 보장에 확신이 서고 체제 보장만된다면 북한은 중국만이 아닌 미국, 남한과도 대화하면서 실리를 추구할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중국과의 국가적 이익에 손상을 가져오지 않도록 연미화중(聯美和中 미국과 는 동맹, 중국과는 화평관계 유지)의 전략을 확실히 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비중을 7대 3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한국은 현재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점은 미중 갈등에 한국이 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적대하지 않으면서 미국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은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밀통적신(密通積信)’을 조언한다. 중국인들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한국이 생존을 위해 중국과 친화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그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 중국인은 어떠한 사람들인가?
한 마디로 중국인은 ‘물개 숨을 쉬지 않고 고래 숨을 쉬는 사람들’이다. 고래가 물에 들어가면 한참 있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듯 중국인들은 한꺼번에 터뜨리는 폭발력이 있다. 뭐든지 그때그때 반응하는 조급한 한국인으로서는 이런 그들이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수교 이전 1949년부터 1992년까지 43년간 역사의 단절이 있었다. 비록 오늘날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 양국은 물적 거리는 상당히 줄였지만 인적 단절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해 인맥 형성이 미약하고 중국에 대한 이해 또한 부족하다.
중국에 대해 그때그때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불신의 벽이 생긴 요인은 한미 동맹과 역사의 단절 때문이다. 한국은 앞으로 이 두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한미 동맹은 한국의 생명줄일 수도 있지만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중국과 적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중국은 엄청나게 큰 빙하가 녹은 물이다. 중국이라는 얼음이 급속하게 녹고 있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약간의 얼음이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얼음도 언젠가는 다 녹을 것이다. 얼음이 녹은 물이 어마어마해서 인접국가인 한국은 이 물에 휩쓸릴 수 있다. 우리는 이 녹은 물의 에너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잘 이용한다면 한국은 엄청난 성장의 젖줄을 만날 수 있지만 아닐 경우 거대한 홍수에 휩쓸릴 위험도 있다. 중국이라는 특수를 누리는 동시에 ‘중국화’라는 위험도 내재해 있는 것이다. 중국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앞으로 한국의 과제가 될 것이다.
다가올 시진핑 시대 중국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약 80년 전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을 제1의 장정이라고 한다면,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과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제2의 장정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5세대 시진핑 지도부의 시대는 중국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제3의 장정에 해당할 것이다.
제3의 장정에서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보다 완전한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활 것이다. 제3의 장정시대에는 부정부패 척결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시스템 구축이 중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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