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아주중국> 중국을 말하다 -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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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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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굴기는 위협 아닌 기회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정치에서 손을 뗀 2000년 이후 주 활동무대가 국회에서 한중친선협회로 바뀌었고 지역구도 성동구에서 중국 대륙 전역으로 확장됐다.”

4선 국회의원(11, 12, 14, 15대)과 국토통일원 장관을 지낸 이세기 회장. 그는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중국통 1세대 인
물이다. 5공화국 당시 통일원 장관을 지내며 중국 관료들과 인맥을 두루쌓았다. 1992년에는 한중 수교의 막후 주역으로도 활약했고 2001년
베이징대 연구교수로 초청돼 덩샤오핑(鄧小平) 지도노선을 연구하기도 했다. 정계 은퇴 후에는 한중친선협회장으로 민간 중국 외교 채널로 활약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한국 최고의 중국통’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중국 다롄(大連)시 하얼빈(哈爾濱)시 칭다오(靑島)시 등에서는 명예시민증을 수여했을 정도로 그는 중국과 두터운 교분을 맺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엔 한중수교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년간 그의 중국 체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저서 ‘이세기의 중국관계 20년’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이 책은 현재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출판사를 통해 이르면 연말 중국 번역본도 출간될 예정이다. 10월 중순 찾은 서울 종로구 원남동 창경궁로의 한중친선협회 사무실. 이세기 회장의 이곳 사무실 서재에는 중국 전문서적들이 빼곡히 꽂혀 있고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習近平) 등 중국 최고 지도자와 찍은 기념 사진들이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세기 회장으로부터 이세기의 중국관계 20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시진핑, 제주 서복공원에 큰 관심 표시
시진핑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05년 4월 저장(浙江)성에 한중경제 협력 관련 연설을 하러 갔을 때다. 당시 시진핑은 저장성 당서기를 맡고 있었다. 첫 인상이 매우 서글서글하고 소탈했다. 7월쯤 시진핑이 다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제주도를 방문했다. 당시 시진핑은 제주도의 서복공원에 큰 관심을 가졌다. 나는 시진핑과 함께 동행해 서복공원을 안내했고 그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가 국가 부주석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을 때 세 번째로 만났다. 당시 시진핑은“한국에는 좋은 친구들, 반기문과 이세기가 있다”고 말하며 나와의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 소탈한 성품의 시장친화 주의자.
시진핑과 후진타오는 스타일이 참 다르다. 나는 시진핑과 후진타오를 수 차례 만나봤다. 후진타오는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이다. 겉으로는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할 수 없지만 내적으로는 강하다. 강해도 보통 강한 게 아니다. 또 매우 깔끔하고 말쑥하다. 말을 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논리적이고 날카롭다. 반면 시진핑은 소탈하고 털털하고 배포가 있고 포용력도 크다. 서글서글하고 부드러운 아주 하오펑요우(好朋友좋은 친구) 같은 스타일이다. 내 나름대로의 평가를 하자면 후진타오는 논리 이론지향적이고, 시진핑은 시장친화적인 사람 같다. 특히 시진핑이 통 크게 포용하는 인물이라는 점에 차기 지도부에서 그는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 중국 내 발생하는 갖가지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며 조화 포용할 수 있는 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 체제 영속을 위한 진통은 계속 되고
중국은 크게 봐서 신중국 성립 이후 마오쩌둥(毛澤東) 정치투쟁의 30년, 덩샤오핑 경제개혁 30년의 역사를 걸어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덩샤오핑이 깔아놓은 레일 위에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모범운전을 해서 여기까지 발전해왔다. 그리고 시진핑 시대 중국은 이제 덩샤오핑이 깔
아놓은 레일을 그대로 쭉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방향 전환을 시도해야 하는가 등을 논의해야 할 역사의 기로에 놓여있다.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세계 G2로 부상했고 국제무대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빈부격차, 부패문제 등 갖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발생한 충칭(重慶)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은 결국 중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이라고 볼 수 있다. 보시라이는 체제 모색에 있어 깃발을 든 기수였다. 지금 기수(보시라이)는 낙마했지만 그가 제기했던 문제, 즉 깃발 자체는 중국이 향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발전 유지시켜 나가면서도 빈부격차, 부패 등 사회에 산적한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할 벅찬 도전에 직면해 있다. 향후 중국은 기존의 깔아놓은 레일 위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며 달려나가야 할 것이다.

◆ 우리 기업 중국사업 어떻게 해야 성공하나
세계 경제가 수렁에 빠진 가운데 중국만이 독야청청할 수만은 없다.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중국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내수 촉진 기술혁신 등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가 쉽게 나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이제 세계의 시장으로 변모했다. 우리는 중국 13억 인구 시장을 외면하고는 버틸 수 없다.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다. 중국 동남부 연안은 1인당 소득수준이 1만 달러를 넘는 등 고도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중서부는 아직도 1인당 소득이 2000~3000달러도 안 되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이 바로 경제 발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 전략을 취한다거나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농촌을 공략할 것인가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도 실패의 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시진핑 시대의 대외정책 어디로 가나
한국과 중국은 서로 역사 지정학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가운데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대중 의존도가 높고 통일 외교 차원에서는 중국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풀릴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국제질서의 변화 과정에서 한반도 대외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중앙에 자리잡아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역사적 안목과 외교적 통찰력으로 대국적 정세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부상하는 중국이 우리에게 위협보다 기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중국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국 카
드를 어떻게 적절히 이용해 외교력을 발휘하느냐다. 우리가 외교 역량만 잘 발휘하면 강대국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의 살 길은 확실히 있다. 우리 식으로 한중관계를 읽고 미국식 프레임으로 중국에 접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만 한중수교 역사가 짧은 만큼 현재 우리나라 정치권에 중국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앞으로 중국에서 유학하고 중국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정부 기관에 들어온다면 대중국 외교는 지금보다 월등히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관료사회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힘써야 한다.

◆ 대북문제에 ‘중국카드’를 적극 활용해야
사실 중국과 북한 관계는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사건 등에서 우리가 경험했듯이 중국이 다분히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중 양국은 북한 문제를 대처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 한반도의 평화, 북핵 반대, 그리고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이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해 우리가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중국을 움직여가며 북한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간다면 한반도 통일 문제에 있어 중국은 우군이 될 수 있다.
중국도 북핵으로 인해 동북아가 화약고로 되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다.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통일이 된다면 당연히 중국도 반기는 일이다. 한반도의 통일이 중국에 해를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에 확실히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 불의는 참아도 불익은 못 참는 사람들
한국인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지만 중국인들은 불의는 참아도 불리, 즉 불이익은 참지 않는다. 한 푼이라도 손해가 된다면 받아들이질 않는다. 시간개념도 무한대다. 협상에서도 항상 느긋한 태도를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시간에 쫓겨 협상테이블에서 이것저것 양
보해 버린다. 중국인들의 무서울 정도의 상인정신과 협상력, 그리고 끈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은 당할 수밖에 없다. 또한 중국에선‘관시(關係)’가 중요하다. 단순히 식사와 술자리로 친분을 쌓는게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그들에게‘내 사람’이라는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관시가 형성되면 계약서 없이 구두로도 합작 가능한 곳이 바로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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