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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컬럼> '스티브 잡스'가 중국에서 탄생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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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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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찬 중국금융연구소 소장

UN이 채택하고 있는 세계 산업분류는 39개 대분류, 191개 중분류, 525개 소분류로 나뉜다. 전세계에서 525개 산업을 모두 하고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360만개 민영기업, 14만개 국영기업을 물론 가내수공업자까지 합치면 무려 3500만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주산업, 원자력, 고속철도 등 일부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국유기업이 많다. 국유기업은 대량의 자원을 이용하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경쟁력을 갖춘 첨단제품을 생산한다. 리먼 쇼크로 전세계 경제가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중국경제만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도 국유기업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은 미국을 맹추격하고, 제조업 인력만도 1억5000만명이 넘는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춘의 2012년판 세계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기업은 70개에 달한다. 이공계 출신 졸업생과 학교 수도 미국을 훨씬 웃돌고 있다. 그런데 왜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형 기업가들이 중국에서 태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교육과 문화, 과학기술제도 등 다양한 원인을 생각할 수 있지만, 혁신력이나 상상력, 기업문화 면에서 중국이 서방국가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상업모델의 혁신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제품혁신은 구미기업은 물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에도 뒤져있다.

중국 체제는 혁신형 기업의 성장에 적합하지 않고, 혁신을 방해하는 부분이 많다. 계획경제이다 보니 사회 전체의 혁신 의욕이 막혀버려 부패나 낭비, 소비자에 가격 전가 등의 폐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유기업은 시장 지배적인 입장에 위치해 있어 생산성 향상이 더디기만 하다. 반면 시장 메커니즘을 이용하면 투자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 받아 잠재력을 가진 기업에 자금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면서 혁신의 토양이 된다.

제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성장과 지배에 영향을 미치는 체제적 모순은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치와 경제의 관계다. 정치권과 재계가 지나치게 긴밀하면 자원의 합리적인 배분이 막힌다. 기업이 정치권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지출하게 돼, 스스로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둘째, 법 환경이다. 법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소액 투자자의 시장 이탈이 일어난다. 주식시장마저 건전화되지 않은 상황에선 금융시장이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법적 보호장치가 미흡하고, 은행대출 문턱마저 넘게 어려운 민영기업인은 친척이나 친구, 민간금융시장에서 자금거래할 수 밖에 없다.

셋째, 정보유통이다. 민영기업들이 시장정보에 접근하는데 진입장벽이 높을 뿐만 아니라 언론보도 규제도 장애물이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과 제품시장, 인적자원시장 등에서 좋은 시장을 구축하는데 악영향을 받고 있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 혁신 원동력이 민영기업 성장을 방해하고 있어 중국 기업의 혁신의욕을 가로 막고 있다. 혁신형 국가 만들기에도 큰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국면에선 국진민퇴(國進民退)가 일어나 민영기업들이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중국이 제조대국에서 제조강국으로 전환할 수 없는 최대 걸림돌은 중국 자신, 특히 중앙정부에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을 계속 앞서가려면 혁신형 인재가 계속 출연해야 한다. 창조적인 사고와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강한 의지, 속박을 돌파하는 용기, 진리를 추구하는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우선 실천해야 할 정책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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