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황으로는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서기가 총서기로,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서기가 총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한 둘은 이번 당대회에서 각각 광둥(廣東)성 서기, 충칭(重慶)시 서기로 임명되면서 정치국위원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때문에 후춘화와 쑨정차이의 당대회 일정에 각국 매체들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행보에서 중국의 미래 10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면 후춘화와 쑨정차이의 행보에서 그 이후 10년을 미리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춘화와 쑨정차이는 각각 네이멍구 전국대표단과 지린 전국대표단을 이끌고 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전국대표단끼리의 토의를 하고 이 토의를 매체들에게 공개했다. 공개된 발언들에서는 미래 중국 리더들의 치열한 기싸움이 읽혀진다.
◆후춘화, 미래의 총서기 행보
후춘화 서기는 지난 10일 네이멍구 대표단 회의를 주재했다. 대표단 회의에는 10여국 66개매체에서 98명의 기자들이 취재신청등록을 했다. 하지만 회의도중에 참석한 기자들도 많기 때문에 100여명 이상의 기자가 모여든 것으로 전해졌다.
후 서기는 “경제발전의 속도에 비교하면 네이멍구는 민생개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다.”면서 “우리는 네이멍구자치구를 번영시키는 동시에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가 지역의 발전에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지난해 시멍(錫盟)사건에서 너무 유약한 대처를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후 서기는 “범인들은 법에 의해 엄중처리됐고, 사건은 비교적 평화롭게 처리돼 더 큰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네이멍구 정부는 개발중에 발생한 문제를 다시한번 돌아보고 광산개발과정에서 생기는 생태파괴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시멍사건은 우발적인 하나의 사건일 뿐이며 결코 네이멍구 전체의 발전을 헝크러뜨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멍사건이란 지난해 5월 광산에서 캐낸 석탄을 운송하던 화물차 운전자가 유목민을 치어 사망케 한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항의하던 유목민들이 거리로 나와 20여일간 시위를 벌인 일을 말한다. 당시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는 재발방지와 숨진 유목민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이어 또다른 기자가 후 서기가 너무 온건한 정치를 편다고 질문하자 후춘화는 흔들림없이 “강하게 나갈때는 강하게, 약하게 나갈때는 약하게 나가야 한다”며 “강경일변도나 온건일변도인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대답해 노련함을 과시했다.
광둥성 서기로의 전임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저는 현재 네이멍구 서기이고 네이멍구 전국대표단의 단장인 만큼 이 자리에서 나는 네이멍구에 대한 대답만을 하겠다“며 빗겨갔다.
후 서기는 중국의 불평등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현장에서 목도한 환경파괴 문제부터 빈부격차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에 관심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시짱(西藏ㆍ티베트)자치구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면서 시짱자치구 당서기로 부임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측근이 됐으며 공청단 제1서기를 역임하기도 했다. 공청단파의 핵심인물로 꼽히며 후진타오 주석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허베이성장으로 근무하다가 2010년 46살의 나이에 네이멍구에 부임한 후춘화 서기는 지난해 석탄업자들의 목초지 파괴에 반발한 몽골족들의 시위가 일어났을 때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 주민들의 칭송을 받기도 했다.
◆원자바오, 리커창 이을 쑨정차이
역시 지린성 전국대표단을 이끌고 당대회에 참석한 쑨정차이 서기 역시 언론에 공개된 전국대표단 회의에서 자신의 해박한 행정실력을 드러냈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농학박사 출신으로 농업부장을 역임한 후 농업대성인 지린성 서기로 근무중인 쑨정차이는 3농(농업, 농촌, 농민)문제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쑨 서기는 ”농업대성인 지린성에서의 3농문제는 특히 중요하다“면서 ”3농문제의 핵심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농민들의 소득증대가 핵심이며 이 중에서도 더욱 증요한 것은 증산을 통한 농민들의 삶의질 향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촌의 생산조직제도 문제와 금융서비스의 품질 제고,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증산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바오와 리커창의 뒤를 이어 총리직을 이어받을 강력한 후보인 쑨정차이는 행정계통과 농정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8페이지에 걸쳐 지린성 특집을 실으면서 지난해 지린성 경제성장률이 전국 평균(9.2%)을 월등히 상회하는 14%에 이르렀다고 소개했다. 이 특집엔 농촌 생산 증대와 도농 소득격차 해소를 강조하는 쑨 서기의 인터뷰도 함께 실렸다.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쑨 서기에 대한 중앙정부의 높은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쑨 서기는 2002년부터 초고속 승진을 했다. 당시 베이징시 외곽 순이(順義)구의 서기로 있다가 몇 달 뒤 베이징시 당위원회 상무위원으로 승진했고 4년 뒤 43세의 젊은 나이로 국무원 농업부장에 발탁됐다. 국무원 부장으로는 역대 최연소였다. 농업부장으로 있던 2008년 멜라민 우유 파동으로 큰 위기를 맞았으나 2009년 지린성 서기로 간 뒤 뛰어난 행정력을 발휘했다. 후춘화가 후진타오 주석이 키운 인물이라면, 쑨정차이는 원자바오 총리가 배양한 정치인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국무원에 방대한 인맥을 구축해 놓았으며 차차기 총리로 쑨정차이를 점찍고 몸소 경력관리를 해왔다.
한편 후춘화와 쑨정차이와 함께 대표적인 중국 6세대 지도자로 꼽혀온 저우창(周强) 후난(湖南)성 당서기는 정치국위원에 올라서지 못할 것으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2일 전했다. 그 대신 저우 서기는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신임 최고인민법원 원장에 뽑힐 것으로 예상했다. 신문은 저우창이 후난성 민주활동가 리왕양(李旺陽)의 의문사 사건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게 문제가 돼 정치국원 승진이 좌절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1960년대 출생으로 대표적인 6세대 정치지도자로 꼽히는 장칭웨이(張慶偉) 허베이성 성장은 허베이성 서기로, 쑤수린(蘇樹林) 푸젠(福建)성 성장은 푸젠성 서기로 각각 올라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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