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복을 착용한 영친왕 (11세)_1907_고궁박물관(하정웅기증)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예복을 차려입은 어린 '영친왕'이 지그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회색 명암이 두드러진 흑백사진속 그는 여전히 1907년 11세 황태자로 책봉된 그 시기에 머물러 있다.
인생은 짧고 사진은 길다?. 100년이 훌쩍 넘은 '대한제국 황실'의 세월을 고스란히 낚아온 '대한제국 황실초상'사진전이 덕수궁미술관에서 16일부터 열린다.
말을 타는 영친왕, 결혼하는 영친왕, 아이낳은 영친왕등 유독 그의 사진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을 좋아한 왕', 고종 덕분이었다.
고종은 흥선대원군의 둘째 아들로 12세의 나이로 조선 26대 왕이 되었다. 고종은 메이지천황(1867~2912)과 마찬가지로 전통적 초상화에서 초상사진의 시대로 이행되는 시기의 첫 황제였다. 그러나 메이지 천황이 사진찍기를 씷어했던 것과는 달리, 고종은 사진에 관심을 보였다.
1884년 처음으로 '퍼시벌 로웰' 이라는 사진가가 자신을 촬영할때부터 사진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고종은 이후 1896년 비숍(1931~1904)여사가 사진기를 입궐했을때도 적극적으로 촬영에 응해주는등 기회가 될때마다 사진기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때문에 고종 사진은 대부분 조선을 방문하여 고종과 관계를 맺었던 서양인들이 촬영한 것으로 서양인들이 출판한 조선관련 서적이나 잡지에 실린 경우가 많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이사빈 학예연구사는 "고종이 사진이라는 새로운 복제 수단을 외교적,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여 조선이라는 나라와 국왕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
창덕궁 후원 농수정에서 고종_1884_미국보스턴미술관 소장. |
이번에서 첫 공개되는 고종의 첫 사진 '조선국왕폐하(고종)'은 현재 보스턴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는 스미스소니언미술관에서 건너온 황룡포에 서양식 훈장을 단채 옥좌에 앉아있는 고종의 1905년 모습도 볼수 있다. 이 사진은 1905년 미국에서 파견된 아시아 순방단의 일원으로 내한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에게 고종이 하사한 것.
고종은 일본의 위협으로 불안한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고자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의 도움을 기대하며 ‘미국의 공주’인 루스벨트를 극진해 대접했고 자신과 순종의 사진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종이 앨리스에게 선물한지 107년만에 돌아온 고종 원본사진은 미국 스미소미안 미술관 프리어갤러리 아카이브 부사장 데이비드 호그가 발굴했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과 한미사진미술관(관장 송영숙)이 근대 황실 사진 역사를 총망라한 이 전시는 '대한제국 황 실의 초상:1880-1989'를 타이틀로 영친왕뿐만 아니라 고종 순종 명성황후등 대한제국 황실 원본사진을 200여점을 선보인다.
국립고궁미술관, 서울역사박물관, 스미스소니언미술관 등 국내외 여러 기관의 협조로 각 소장 기관의 전시나 도서자료로 소개됐다.
![]() |
명성황후로 추정되는 사진. |
고종의 부인 명성황후 사진도 전시됐다. 누렇게 변한 사진속 인물이 명성황후인지 아닌지, 여전히 진위 논란을 빚는 사진 3점이 전시됐다. 명성황후는 현존하는 삽화와 사진이 수많은 진위논란에 휩싸였으며,아직까지 명성황후임이 분명하게 증명된 사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명성황후 사진관 관련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최봉림 연구소장은 '1882년 임오군란때 명성황후는 살해위협으로 얼굴을 노출하는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해외매거진에 실리면서도 캡션이 계속 달라질 정도로 명성황후라고 확정된 사진은 부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명성황후가 시해된 현장과 시신이 안치되었던 '옥호루', 장례식 장면(1895)이 누렇게 바랜채 꿈결처럼 과거의 세계로 빨아들이고 있다.
삶과 죽음은 돌고돈다. 고종과 명성황후, 순종, 영친왕의 근엄한 초상과 각 왕마다 장례식의 운구행렬 사진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결국 국권 침탈이라는 결말로 귀결된 시대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기간에는 ‘황실 사진의 어제와 오늘’이란 주제의 강연회와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감상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전시는 내년 1월13일까지. 성인 4천원. (02)2188-6072.
![]() |
고종국장사진 -919_서울역사박물관소장. |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