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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바람(?)도 다 같은 바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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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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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기자=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스무 살이나 어린 자신의 육사 후배와 바람을 핀 사실이 들통이나 최근 사임했다. 참 힘들게 올라 선 자리인데 억울할 것이다. 그래도 전쟁 영웅 사성장군 출신의 퍼트레이어스는 남자답게 외도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하고 사퇴했다. 이제 상심한 자신의 부인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그에게는 현실적인 문제일 것이다. 속된 말로 가정이 다 깨질 판인데 밖에서 아무리 잘 나가면 뭐하냐는 생각이 든다.

유명인사가 바람을 폈다고 해서 다 같은 운명은 아니다. 임명직 CIA 국장은 대통령에게 사표를 쓰고 그만뒀지만, 오히려 대통령은 바람을 펴도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인턴과 바람을 피다 들통이 났다. 엄청난 후폭풍이 있었고 탄핵 직전까지 갔으나, 특유의 위기 모면 술로 풍랑을 헤쳐 나왔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사랑받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다시 출마해도 당선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더구나 그의 부인은 차기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감으로 꼽히고 있다. 같은 바람을 펴도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다. 몇 년이 지난 후 퍼트레이어스에게 어떤 영광이 올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바람하면 기업인들도 빼 놓을 수 없다.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기업 록히드 마틴의 CEO 내정자 크리스토퍼 쿠바식이 바람을 폈다는 이유로 지난주 사퇴했다. 적어도 수천만 달러의 보수를 받는 자리인데 여자 하나 때문에 끝난 셈이다. 왜 그런 위험을 감수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나서 진단하고 있지만 정확한 답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기혼 남성에게 여성를 맺어주는 미국의 한 웹사이트 설문조사에서 기업 CEO 회원들의 90%가 외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도 기가 막혔다. 기업 운영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보니, 외도란 위험을 택하게 되었단다. 그렇게 따지면 군인 출신인 퍼트레이어스의 바람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전쟁터처럼 위험한 곳이 어디 있으며, 군인들처럼 위험을 감수하는 직종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성들도 남성들 못지않게 외도를 한다는 조사도 나와 이제는 맞바람이 대세다. 국립과학재단이 실시한 종합사회조사에서 2010년 바람을 피운 남성들은 19%로 약 20년 전 21%보다 소폭 낮아진 반면, 여성들은 11%에서 14%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바람을 피웠다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실제보다 적기 때문에 통계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어쨌거나 바람은 배우자에게 큰 고통을 주고 결국은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도 주변에 깨진 가정들을 보면 배우자 외도가 많다. 영화에서처럼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라며 넘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처럼 서로 경제력을 갖출 때는 오히려 더 쉽지 않다.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혼 때문에 고통과 함께 큰 불편함도 겪는다. 2주는 아빠 집에, 2주는 엄마 집에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종종 본다. 이혼을 했지만 서로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는 1주일씩 번갈아 엄마, 아빠 집을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을 내가 더 잘 키울 수 있다는 욕심도 있지만, 미운 상대방으로부터 아이들 돌보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빼앗기 위해서다.

어쨌든 최근 미국에서 바람이 큰 이슈다. 최근에는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리비아 벵가지 사태 발언을 적극 옹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마치 연인을 감싸듯 했다는 삐딱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오바마 대통령이 라이스와 바람을 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의 행동이 마치 연민의 정이 있는 이성에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다. ‘배 밭에서는 갓끈도 다시 매지 말라’고 하듯 이럴 때는 행동거지를 더 조심해야 한다. 와이프의 눈초리에서도 “역시 남자들이란…”하는 쌀쌀한 기운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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