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고객이 '호갱님'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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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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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로 '호갱님'이란 말이 있다. 고객과 호구(虎口·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 단어를 붙여 만든 것인데 기업이나 상품 판매자가 자기 이익을 위해 쉽게 다룰 수 있는 고객을 일컫는다.

그런데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 금융회사의 고객들도 종종 '호갱님'으로 취급받는 게 사실이다. 물론 금융시장과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금융회사가 고객을 정말 고객으로 여겼다면 무리하게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거나 고객을 상대로 법과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고객님이 아닌 호갱님으로 봤다는 이야기다.

금융회사의 직원들이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권할 때 잘 나타난다. 펀드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직원의 말만 믿고 가입하는 소비자의 잘못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고객을 이용해 판매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한 금융회사의 행태를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지난 9~10월 두 달간 30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펀드 판매 미스터리 쇼핑 결과에서도 여전히 몇몇 금융사들은 불완전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펀드뿐이 아니다. 대출금리 차별, 대출서류 조작 등 올해 불거졌던 은행권 문제들은 결국 고객을 호갱님으로 봤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요즘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앞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금융회사는 가중처벌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고객을 보호하거나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 제도나 시스템 개선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 아닐까. 금융권에서만큼은 호갱님이란 말이 사라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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