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그룹 연말인사에서는 삼성전자 최초 여성 부사장이 탄생했다. '여성임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로 명성을 얻은 심수옥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발탁됐고 총 9명의 여성임원이 승진했다.
여기에는 '여성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론이 반영됐다. 이 회장은 평소 "여성인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자전거 바퀴 두 개 가운데 하나를 빼 놓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여성 인재 중용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그룹 내 여성임원 7명과 오찬 자리를 마련하고 이들이 가사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듣기도 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여성임원은 본인의 역량을 모두 펼칠 수 있는 사장까지 돼야 한다"며 여성 임원들을 독려했다. 올 4월에도 이 회장은 삼성그룹 여성 승진자 9명과 점심을 같이 하며 "앞으로 여성인력을 중시하겠다. 현재 그룹내 여성인력 채용비율을 30% 이상으로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여성 인재 사랑'은 1987년 회장 취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취임 직후 지역전문가제도와 함께 사내 탁아소 설치를 추진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에는 최초 여성 대졸 공채를 실시하며 본격적인 여성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이후 삼성은 전체 채용 규모의 25% 이상을 여성 인력으로 매 해 채용, 올 하반기에는 전체 신입사원의 32%를 여성 지원자로 선발했다.
여성 인력의 양적 성장과 함께 회사 내 여성 인력이 '맘 놓고 일 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데도 힘써 왔다. 지난해 4월2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한 이 회장이 '출근경영' 첫 날 들른 곳도 다름아닌 1층 어린이집이었다. 이 회장은 "한 곳으로는 자녀를 수용하기에 부족하다"는 한 직원의 건의를 받고 현장에서 "어린이집을 추가로 설치해 이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삼성은 17개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1900여명의 임직원 자녀를 돌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근무 중인 삼성그룹 임직원 21만여명 가운데 여성인력은 29%인 6만명 수준이다. 지난 해 말 기준 삼성 내 여성 부장의 수는 211명으로 전년대비(131명) 40% 가량 늘어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1993년 여성 대졸 공채를 시작으로 여성 인력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해 지난해 말 첫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며 "향후 여성 임원의 비율은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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