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슬기·박선미 기자= "누가 '투잡'을 하고 싶어서 하겠어요. 생활하기가 빠듯하니 쉬지 못하고 일하는 거죠."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생계를 꾸려가는 '투잡족'이 증가하는 원인은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실질적인 개인소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투잡족은 전문적인 실력을 쌓기 위해서보다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투잡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투잡을 하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싶기 때문에'가 꼽혔다.
◇"투잡 아니면 자식 교육도 힘들어"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0월 말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14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0% 이상 증가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상승분을 크게 웃돌았다.
월급은 늘었지만 물가 오름폭이 훨씬 커 실제 소득은 줄었다는 의미다. 그나마 명목소득이 늘어난 계층도 전체의 절반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10%는 지난해와 소득 수준에 차이가 없었고 44%는 오히려 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분기 가계 빚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3분기 중 가계신용'에 따르면 이 기간 중 국내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등에 의한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937조5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보다 13조6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이러다 보니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과 더불어 자녀들의 교육비 부담까지 커져가면서 서민들이 충당해야 할 월 지출 규모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경제상황으로 인해 이미 서민들 사이에서는 '투잡'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리운전, 보험 및 카드설계사, 프랜차이즈 창업 등이 직장인들에게 인기있는 투잡 종목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투잡족의 정확한 통계나 증가 추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내 정서상 대부분의 사업장이 외부겸직을 허용하지 않아, 투잡족들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국민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공사현장 경리직으로 일하며 방문판매업을 겸하고 있는 안모씨(46·여)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투잡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는 또 다른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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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손님을 기다리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북적이고 있다. 모두가 잠들 무렵 그들은 일을 시작한다. 남궁진웅 timeid@ |
◇환영 못 받는 투잡…업무효율도 추락
팍팍한 생활환경 속에서도 투잡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메인잡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긴 환경에서 투잡의 노동시간이 더해지면 업무효율성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0년 현재 한국인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49시간보다 무려 444시간이 많았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8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긴 노동시간은 되레 업무효율을 저하시킨다는 방증인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및 아이패드 등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직장인들의 투잡은 더 쉬워졌다. 기업이 전산망을 차단해 일반 PC의 경우 개인쇼핑몰, 주식투자 등 외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었지만, 스마트 기기는 이 방화벽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렇다 보니 피해는 동료 및 기업에 돌아간다. 회사원 김모씨(29·여)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회사 동료가 쇼핑몰을 시작했는데 소비자들의 질문에 댓글을 달아주는 등 가끔 업무에 소홀한 모습을 보면 신경쓰인다"고 토로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장인들의 야근문화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 비생산적이듯이, 투잡 역시 근로시간을 더 연장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자연히 메인잡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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