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다양성이 발전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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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2-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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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송지영 워싱턴 특파원= 한국 사회는 최근 엘리트 검사들의 부도덕성으로 시끄럽다.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을 나와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로스쿨)에 당당히 합격한 이들이 왜 이럴까. 열심히 법정의를 위해 일하는 검사들도 있지만 요즘 드러나는 검사들의 모습은 추악함 그 자체다.

군대조직보다 더 군기가 세다며 위엄을 떨던 검찰조직에서 부하 기수들이 모여 선배인 검찰총장을 물러가라고 주장하는 모습도 낯설다. 사회 악의 무리를 척결해야 하는 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권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다른 일반 한국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자녀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불법인 위장전입도 일삼고 있다. 이 정도면 직업만 검사지 일반 잡범이나 범죄인들과 다를 바 없게 된다. 그러고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

무엇이 한국 검찰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의식적, 조직적 한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처럼 한 지역의 검사장들도 주민 투표로 뽑는 곳에서는 이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설사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개인만 법복을 벗던가 아니면 윤리위나 법의 심판을 받아 변호사 자격증까지 빼앗기면 끝이다.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으므로 지금 한국 검찰이 겪는 문제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의 검찰 조직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몇 개 대학 출신들이 쥐고 있다. 제 아무리 엘리트들이라고 자부하더라도 나이와 출신 학교 학번, 연수원 기수 등을 따지는 문화에서 절대 혁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일반 조직이나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같은 동문 대학 선배들에게 직언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떤 잘 나가는 검사는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인 정치인을 기소하고는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검사가 범인을 벌 받게 하는 일이 직업인데, 그 자체가 어떤 이유라도 부담스럽다면 그 일을 잘 할 수 없게 된다. 한국 검찰은 지금 조직 내부에서도 이처럼 부담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요직에 속칭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많지만, 전체 요직 중에서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율이라는 게 한국과는 상대가 안될 정도로 작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시라도 많아지면 벌써부터 언론에서 독과점이니 독식이니 하는 말로 문제를 삼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기 거의 불가능하다.

가족, 사회, 더 나아가 학교에서부터 다양성, 남과의 공존을 중하게 배운 미국의 아이들이 지금 대학에서도 유사한 가치를 몸소 배우고 있다. 수개월전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해 약 20여개 대학 총장들은 연방대법원에 ‘학생 선발에서 인종, 경제적 배경을 고려하는 입학사정이 지속될 수 있게 해달라’고 청원했다. 수많은 다양한 학생들이 입학해야 대학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발전하고 이런 환경에서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 곳곳에서 진정한 엘리트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AT 점수로만 학생을 선발하면 잘 배운 아이들이 대학 교육을 독점하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 엘리트 대학의 리더들의 주장이다. 어린 학생들은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배운다.

한국 검찰은 다른 것은 다 뒤로 하고 일단 이같은 미국의 다양성, 다원화 노력을 배워야 할 듯 싶다. 대학 출신을 다원화하고, 전공과 출신지역을 다양화하고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중용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어떤 결과물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을까 묻고 싶다. 그렇게 하면 역차별이 있다느니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따져보는 일이 우선되야 한다.

자기와 전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이를 현실 업무에 적용하고, 더 나아가 아이디어는 관철되는 조직만이 21세기에 살아남는다. 어떤 질곡과 힘이 이를 막는다면 그것부터 먼저 제거해야 한다. 발전의 동력이 과연 무엇인지, 이를 막는 요인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답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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