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 유로(약 15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럽 은행에 3년간 1%의 저금리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자금난에 허덕이는 은행들의 숨통을 터고 일부는 국채를 매입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목적과 달리 시중의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분기 은행 간 대출 거래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스페인·이탈리아는 여전히 높은 대출 금리에 고통받고 있다. 안전한 독일 국채로 자금이 쏠리면서 ECB의 자금은 독일권 은행에 고스란히 맡겨지고 있다. 결국 LTRO는 재정위기 국가의 자금난 해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오는 2014~2015년 은행들은 ECB의 유동성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대규모 자금이 조달됐기 때문에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유로존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회복된다고 해도 자금시장에서 단기간에 막대한 규모의 은행채를 사들일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대출 만기가 다가오면 채무위기에 허덕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유로존 정부와 은행 간의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는 것도 문제다. LTRO 자금을 국채 매입에 써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주장에 은행들이 동조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또한 ECB가 두차례 LTRO를 시행했기 때문에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도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는 “ECB가 2차례의 LTRO를 시행하고 나서 스페인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유동성 공급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EU정상들의 구제책에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은행들이 ECB로부터 대출받은 자금 이자가 각국 중앙은행에서 대출한 이자보다 훨씬 커 오히려 LTRO를 조기 상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의 예금 이자보다 대출 금리가 크기 때문에 예대마진이 남지 않아 오히려 손실을 입기 때문이다. 코메르츠방크는 분데스방크에 ECB의 대출금 가운데 대부분을 예치한 결과 연간 7500만유로의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메르츠방크는 ECB로부터 빌린 160억 유로 가운데 100억 유로를 내년 1월에 갚겠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 6일 정례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0.5% 위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준금리를 현행 0.75%로 동결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0.3% 기록하지만 2014년에는 1.2%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1.9%에서 1.6%로 내렸다. 2014년도에는 1.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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