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11월의 식량가격지수가 전월(214)보다 1.5% 낮은 211을 기록했다.
유제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하락한 것이 식량가격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유제품 가격지수는 10월 194보다 상승한 195를 나타내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제품 가격지수는 올해 7월 최저치(173)를 기록한 이후 불확실한 공급 전망 및 높은 수요 때문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남반구 수출국가의 생산증가가 이어지는 만큼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유지류 가격지수는 200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2010년 9월(199) 이후 최저치다. 대량 생산 및 수요 약세로 인해 재고량이 증가한 팜유가 유지류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육류 가격지수도 돼지고기 값 하락의 영향을 받아 전월 176보다 하락한 175를 기록했다.
여기에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1%대로 낮아지자 애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이대로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마냥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국제곡물가의 경우 이상기온에 따른 날씨 영향으로 올해 7월부터 무려 40포인트가량 급등했다. 그간 추이를 살펴봤을 때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곡물가격이 떨어지는 추세 속이라도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 12%나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내년에도 이상기온으로 인한 날씨변화가 감지되면서 곡물생산량 전망 또한 어둡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곡물생산량은 올해 대비 2.8% 낮은 22억8200만t으로 예상된다. 쌀 생산량이 0.9% 증가하는 반면, 밀과 잡곡 생산량이 각각 5.7%, 2.6% 내려가면서 전체적인 곡물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생산 자급률이 2%대로 취약한 밀이 전체 곡물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생산량 감소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올해에 이어 내년 초에도 식품업체들의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성명환 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주요 밀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아르헨티나가 현재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파종이 늦어질 것으로 보여 내년 초 밀 생산량이 부진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했다.
호주의 경우에도 본격적인 밀 생산을 앞두고 있지만 재배면적 감소 및 가뭄으로 생산량이 전년 대비 28.8%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는 게 성 박사의 설명이다. 호주는 세계 밀 생산량의 11%를 차지하는 만큼 밀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성 박사는 "세계 곡물시장을 보면 수입국은 다수인 반면, 수출국은 소수여서 주요 수출국의 기후여건 및 농업정책에 전체 가격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곡물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고 곡물가 시대에 대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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