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초롱 기자=울산 앞바다에서 전복돼 대형 인명사고를 낸 석정 36호가 무리한 단축 공사를 단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 남구 용연동 앞바다에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길이 1km의 방파제를 건설하는 작업이 진행돼 왔다. 이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축조공사를 맡은 한라건설은 석정건설과 하청 계약을 맺었다.
석정건설은 주변의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공사를 맡아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실은 바지선 석정36호를 파견했다.
계약 문서에 따르면 공사 기간은 지난 1월 12일부터 내년 5월 30일까지 약 1년 6개월이고 공사비는 79억 원이다.
하지만 울산해경이 조사한 결과 석정 36호가 지난 6월 23일 현장에 투입돼 오는 31일 실제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난 지난 14일 기준으로 공정은 97%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은 석정36호가 공사를 더 앞당겨 오는 20일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1년 6개월짜리 공사를 6개월로 단축하기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가 선원들이 화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지난 14일 석정36호는 낮 12시부터 피항 준비를 하면서 작업을 끝냈다고 알려졌지만 이날 오후 3시가 넘어서도 작업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한 유가족은 “오후 4시까지 작업을 했다는 정황이 사망자 및 실종자와 가족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 있다”며 “회사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석정건설이 1년 6개월짜리 공사를 1년이나 단축하려 했던 것은 덤핑 수주의 그늘 탓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급 공사가 최저가 낙찰방식을 채택해 업체들이 적자가 날 줄 알면서도 공사 원가 이하로 덤핑 수주를 하는 것이다.
한라건설은 총 공사비 2381억 1500만 원 규모의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축조공사 입찰 시 울산지방해양항만청에 공사비의 42% 수준인 1000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 2공구 축조공사 입찰 당시 삼성 물산이 항만청 책정 금액의 95.4%(1304억), 94%(1340억)를 제시해 수주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공사비가 대폭 깎인 만큼 한라건설이 적자를 면하려면 2011년 10월 31일부터 2014년 7월 16일까지로 정해진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하고 이런 상황이 하청업체인 석정건설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하청 계약서에 명시된 79억 원과 달리 실제 공사비는 이보다 적게 주는 이면계약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울산해경은 한라건설과 석정건설의 계약 관계에 불법사항이나 적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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