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1일 광둥(廣東)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習近平)총서기가 현지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
지난 7~11일 광둥(廣東)성 시찰에 나선 시진핑(習近平)총서기가 현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아주경제 조윤선 기자= ‘군 고위직의 성대한 만찬을 금지하라’ ‘당 간부의 지방 방문 시 교통을 통제하지 말라’, ‘지도자 방문 시 레드 카펫을 걷어치워라’, ‘장황한 연설이나 공허한 인사말을 없애고 회의를 간소화해라’.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새 지도부가 관료주의와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친서민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시진핑 스타일’이 연일 중국 사회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4일 취임 이후 열린 첫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시 총서기는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당과 정부 지도자가 자세를 낮추고 관료주의 타파에 나설 것을 역설했다. 회의 간소화, 해외 순방시 공항 환영행사 폐지 등 관료주의적 격식 파괴를 골자로 하는 ‘8개항 지도부 지침’도 소개했다.
이어 21일 중국의 군 통수 기구인 중앙군사위원회도 ‘작풍건설의 10대 지침’을 하달해 군 고위직의 성대한 만찬 금지, 사치스러운 호텔 투숙 금지, 선물 현금 수수 금지 등 군 간부들의 특권 철폐를 주문했다.
시 총서기는 이전 지도자들이 추상적으로 당의 지도자상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간부들이 구체적으로 지켜야 할 구체적인 지침을 내놓아 부정부패와 권위주의에 물든 지도부의 각성을 강도 높게 촉구한 것이다.
시 총서기의 이런 혁신적 행보는 그의 멘토로 알려진 쑨리핑(孫立平) 칭화대 교수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쑨 교수는 중국이 5~10년 내에 구습을 타파하고 이전 과오를 바로잡지 못하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새 지도부가 통치스타일 혁신에 나선 배경에는 보시라이(薄熙來)를 비롯한 중국 고위층 당간부의 권력남용과 각종 비리, 부패사건이 끊임없이 터지면서 민심이반이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흔들 정도가 됐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은 “물건은 반드시 썩고, 썩은 다음에는 벌레가 생겨나게 된다”는 표현으로 부정부패 척결에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시 총서기의 이런 방침에 따라 당의 감찰 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는 최근 본격적인 사정작업에 착수, 중국 전역에서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사정 작업에 매진하고 나섰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대규모 매관매직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아온 리춘청(李春城) 쓰촨성 부서기를 즉각 면직 처분했다. 리 부서기는 시진핑 총서기 체제 출범후 처벌을 받은 최고위 지도자가 됐다.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취임 이후 처음 광둥(廣東)성 일대 순시에 나선 시진핑이 기존의 권위주의를 완전히 벗어던진 듯한 파격과 함께 ‘소통을 강조’하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줘 중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시 총서기는 격식과 겉치레를 떨쳐내면서 친서민 행보에도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순시 내내 방문 현장에서 일반인과 예고도 없이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9일 광저우(廣州) 현지의 경제관련 인사들을 만나 주재한 경제공작좌담회에서 사전 원고 없이 파격적인 자유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앞서 5일 이례적으로 외국인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열어 외국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등 이전 지도자와 다르게 개방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파격적인 중국 새 지도부의 행보에 국내외 언론과 누리꾼들의 반응 또한 매우 뜨겁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지도부가 선전 방문 시 레드카펫이 없는 길을 걷고 일반 호텔객실을 사용하는 등 소박한 모습을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개혁개방 1번지 광저우에서 중국 지도부가 개혁개방과 중국 내부 개혁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드러냈다”며 “시진핑의 권위주의·허례허식 타파행보에 까다로운 중국 누리꾼들도 찬사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