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올 한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리스크 관리까지 강화해야 한다.
아주경제신문은 새해를 맞아, 금융권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 것인지 업권별로 4회에 걸쳐 돌아보고자 한다.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보험, 카드·저축은행 등 각 부문별로 현재 직면한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지주회사 제도는 부실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의 금융지주회사들은 제도의 강점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주사 해체를 주장하기도 한다.
◇ 수익 은행 집중…대형화 효과 ‘미미’
지난해는 금융시장의 판도가 달라진 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로 몸집을 키우고, 농협금융지주라는 대형 금융지주사가 새로 출범하면서 4강 체제였던 금융지주 체제는 5강으로 재편됐다.
올해 전북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고 나면, 은행을 주력 자회사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는 외국계 은행을 포함해 총 11곳이 된다. 비은행 금융지주회사는 메리츠 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 두 곳이 전부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및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이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계열사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지주사 체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 2001년 우리금융을 필두로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지 12년만이다.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이다. 금융회사의 대형화를 통해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는 한편, 업종 간 겸업화로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 지주사 제도가 도입된 취지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보다 질 높은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지주사 내에서도 위험을 분산하고 경영을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리스크의 확산과 복층 의사결정구조로 인한 경영진의 권한 남용 및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이 대표적인 단점이다.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부문 비중이 가장 크고 비은행 분야의 규모는 작아 불균형이 심하다. 사업구조의 다각화가 미흡해, 사실상 지주회사가 갖는 장점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과 각 금융지주회사 통계에 따르면 3분기 현재 KB, 우리, 신한, 하나, 농협금융 등 5개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을 살펴본 결과, 은행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평균 70% 이상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총자산 가운데 은행이 무려 90.5%를 차지해,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명칭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이 77.4%, 신한금융이 76.9%로 조사됐고, 우리금융도 75.7%를 기록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을 비교해도 은행 부문 비중이 50%를 훌쩍 뛰어넘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은행 비중이 80%를 넘었고, 신한금융은 70%대로 비중이 지난해보다 소폭 높아졌다. 은행 수익으로 금융지주회사가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은행 편중이 높으면 지주사의 강점인 위험분산 효과가 낮아진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주사의 권한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으나, 책임은 낮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금융경제연구소의 조혜경 연구위원은 지난해 토론회를 통해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최근 몇년간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하면서 자회사의 인사 급여체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관련 규제는 업권별 분리주의를 택하고 있어, 대형 금융사고나 불완전 판매의 책임은 해당 자회사에게까지만 주어진다”고 꼬집었다.
◇ 비은행 강화 전략 '쉽지 않네'
은행 중심의 수익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인수합병(M&A) 등의 방식으로 카드와 증권, 보험 등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KB금융지주가 최근 비은행 강화를 위해 ING생명의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지만, 결국 이사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저금리 장기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본적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우리금융지주는 영국의 아비바생명과 합작해 설립된 우리아비바생명의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2012년 안에 지분 인수를 완료하겠다던 것이 이팔성 회장의 뜻이었지만, 이 역시 해를 넘기게 됐다.
우리금융은 카드사도 분사해 영역을 강화키로 했지만, 아직까지 감독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4대 금융지주사가 전부 계열 저축은행을 소유하게 됐지만, 연계영업 실적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올해는 우리금융 및 산은금융 민영화 등 지난해 불발됐던 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방식을 바꿔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런 시기일수록 금융지주회사의 본래 도입 취지를 되새기고 근본부터 바로세우는 것이, 향후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과 비은행 부문 간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금융회사들의 섣부른 겸업화와 지주회사로의 편입을 재평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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