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컨설팅업체 프라퍼트리는 지난 2월 15~28일 강남·서초구의 오피스빌딩 및 근생빌딩 1241동에 입주해 있는 사업체를 7개 업종(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 및 임대업, IT 및 과학기술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업, 기타)으로 분류해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IT및 과학기술 서비스업의 비중이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각각 16%와 18%를 차지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어 금융 및 보험업이 강남구 13%, 서초구 9%로 높은 비율을 나타냈고 도·소매업 또한 12%, 11%로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강남지역에 IT 및 과학기술 서비스업이 집중 분포하는 것은 강남이 IT기업 밀집지로서 정보 유통·업무 제휴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데다가 IT회사의 젊은 인력들이 선호할 만한 다채로운 상업·문화·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강남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서의 위상을 오랜 기간 정립하고 있어서 우량 IT기업들은 여전히 강남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IT기업의 세부적인 지역적 분포도를 조사한 결과 강남구 역삼동(726개 업체)·논현동(487개 업체), 서초구 서초동(375개 업체)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일대와 그 이면, 논현동 가구거리 이면, 서초구 교대역에서 강남역 방향의 이면도로에서 최대 집적핵을 나타내며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고신 프라퍼트리 대표는 "이 같은 조사결과는 그동안 테헤란로에 IT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뒤집는 것으로 과거 테헤란로의 집적핵이 서쪽과 남·북쪽의 이면 중소형 빌딩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테헤란로 대로변 프라임급 빌딩에 입주해 있던 일부 IT기업들이 임대료와 업무 효율성 등의 이유로 상기한 지역의 중소형 빌딩으로 이동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역 이면 중소형 빌딩의 월임대료는 4만~6만원 선으로 테헤란로 대로변 프라임급 빌딩의 평당 월임대료(7만5000~9만원 선)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또 IT 기업의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 등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24시간 근무할 수 있고 자유로운 복장과 업무환경이 허용되는 공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테헤란로 프라임급 빌딩 1개 층 정도를 쓰던 우량 IT 기업들이 상기한 지역의 이면 중소형 빌딩의 몇 개 층을 사용하거나 전체 임대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신 대표는 "향후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구조화돼 강남지역 IT 업종 분포가 대형 IT는 테헤란로, 중소·신흥 IT는 논현·역삼·서초동 이면 등으로 양극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보험업은 서초동, 교육 서비스업은 대치동
금융 및 보헙업 분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초구 서초동(302개 업체)과 강남구 대치동(223개 업체)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역에서도 특히 테헤란로 일대와 그 이면이 최대의 집적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동과 대치동의 대단위 아파트단지 주변으로 이들 업종의 지점들이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나 주력군은 테헤란로 일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및 보험업과 더불어 테헤란로의 쌍두마차를 이루던 IT기업들이 강남의 신흥지역으로 대거 옮겨감에 따라 그 빈 자리를 금융 및 보험업이 메우게 되면서 테헤란로의 색깔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이 금융 및 보험업이 테헤란로의 최강자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테헤란로 대로변의 상대적 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점 △강남이 부촌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면서 금융업이 필요로 하는 부유층 고객의 광범위한 풀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 △1990년대 이후 강남지역이 상업·의료·문화·교통 등 우리나라 최고의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 등이 작용하고 있다.
교육 서비스업 비율은 대치동(275개 업체)이 가장 높았다.
교육환경은 쾌적한 주거환경·교통 편의성 등과 함께 거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대치동은 강남에서도 대표적인 인기학군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은 선경·우성·청실·미도 등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명문학교는 물론 학원시설이 밀집해있다.
대치동 학원가 유래 대치동 학원가의 형성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이다. 한때 금지되었던 재학생들의 학원수강이 가능해지면서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몇몇 학원이 대치동에 터를 잡았다.
이후 정부의 교육개혁조치에 따라 개인과외가 전면 허용되고, 소형입시학원 형태를 띤 '보습학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학원밀집지역으로 성장했다. 학원의 형태는 대형 종합입시학원보다는 소형 전문학원 중심이다. 주요 밀집지역은 대치역 선경아파트 대로변에 있는 선경상가와 청실상가, 윈플러스 상가, 퍼스트상가 등이며 은마아파트 농협사거리에도 다수 입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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