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하고 기관장·감사의 전문성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능력 없는 인사가 인맥을 이용해 낙하산으로 내려앉는 것을 막겠다는 초강수 카드를 던졌다.
그동안 기획재정부 장관의 권한인 공기업 비상임이사 임명권은 주무부처 장관에게 넘어가게 된다. 평가를 받고 있지 않는 비상임이사(비상임감사 포함)에 대해서는 업무실적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된다.
상임이사와 감사는 책임성을 강화하고 내부 견제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상임이사의 경우 임기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간담회·워크숍 등 비정기적인 형태였던 신임 기관장과 임원 교육은 전담기관을 지정해 공공기관 책무와 역할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처럼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채찍을 꺼내들면서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소나기만 피하자'는 분위기다. 자칫 사고라도 터지면 통합이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요즘 공공기관 직원으로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민원은 민원대로 처리해야지, 정부의 성과 관리는 강화되지, 내년부터 시작되는 지방이전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원전비리로 인해 공공기관 신뢰도가 하락한 마당에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한 지적이 지속되면서 공공기관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공공기관들은 현 시점이 가장 위기라는 인식이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 기강 잡기에 한창이라는 점에서 자칫 사고가 터지면 바로 퇴출이라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8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방향도 보이지 않게 공공기관의 숨통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자율경영 체제를 마련해 경영상 간섭과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공기관은 오히려 족쇄를 찬 것과 마찬가지다.
자율경영을 내주는 대신 평가제도가 강화되고 모든 데이터를 공개해야 하는 등 철저하게 성과 중심으로 평가돼 부담이 더 늘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 정책 추진 및 집행 상황, 기관별 경영실적 등에 대한 종합적인 백서를 매년 발간·배포하면 성과가 미흡한 기관은 통합이나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기관 퇴출 이야기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구분회계를 통해 부채 증가 원인을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해야 하는 정책과 부채를 관리하는 원칙은 공공기관의 자구노력을 우선하고 구분해서 조치하겠다. 부채관리를 통해 퇴출 고려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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